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벤 버냉키의 21세기 통화정책] 유동화는 왜 하는 거 라고???
    F3 책책책 2023. 9. 25. 14:26
    반응형



    띄지와 커버를 벗겨보니 더 멋진 ~ (사전 같은 =ㅁ= ㅋㅋ) 벽돌책 (feat. 생관생)

     

     

    와, 나 ... 끝판왕을 만났나 

     

     경제학자이자 직접 연준의 의장이기도 했던 벤 버냉키가 쓴 연준의 역사라면 그 전문적이고 해박함을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전 의장이니 연준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았을까 싶은 의심이 들었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현재 걱정할 문제가 아니였다. 
     연준에 대해 너무 몰랐다 보니 벽돌책 중에서도 끝판왕을 만난 기분이랄까. 그런데 또 난해하고 무슨 말이지 모르겠으면 처음부터 포기했을 텐데, 연준이 어떤 곳이고 어떤 배경에서 생겨난 기관인지 이야기 듣는 재미가 있었다. 저자는 연준 의장이기 이전에 대단한 학자셨다. 그러니 왠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뇌에 담가가고 싶은 욕심에 다소 과욕을 부려 메모를 해가면서 읽었더니 한결 느려졌다. 한 입에 다 먹어치우려고 하다 턱 빠질뻔 했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끝까지 읽고 서평을 썼겠지만 이렇게까지 느린 속도로는 마감을 놓치고 포기할 것 같았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책 일기를 멈추고 서평을 먼저 써보기로 했다. 

     

    자격증 삼수생이 궁금했던 '자산의 유동화' 

     

     금융 계열에는 특히 많은 종류의 자격증이 존재한다. 그 중에 한 종류를 골라 얼마나 알고 있고 공부하면 이해할 수 있는지 궁금함에 3번 도전했다.  세금 제도나 법제에 대해서는 배경 지식이 부족한 것은 공부 시작하기 전에도 예상했지만, 금융 상품 중에서도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품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골칫덩어리들 중 처음 등장한 이름이 바로 '자산유동화증권 (ABS)'이었다. 

    아니 자산을 왜 묶어? 그리고 그걸 증권을 발행한다고? ELS의 기초자산 같은 건가?? 그런데 같은 신용도 수준끼리 묶었다는 말도 없는데 신용도는 왜 새로 부여하고, 자산보유자의 신용등급보다 높아지는 거냐구?!!  이런 증권은 대체 왜 만드는거야? 

     옵션 선물 거래를 해보지는 않았어도 ELS도 투자해봤기에 자격증 시험에서 다루는 넓고 얕은 수준은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해가 안 가도 일단 머리에 열심히 담았지만 시험 준비하던 기간 내내 문제를 맞춰도 찝찝한 부분이었다. 어쩐지 이 증권들... 이름도 어려운데 영어로 보아도 이해하는데 보탬도 안되는 거참  거시기한 녀석들이었다.  
     아으, 왜 tranche 별로 나눠서 발행하는 건데?!! 정말 설명을 생각할수록 물음표만 늘어갔지만 넓은 범위를 커버하다보니 별표인 채로 남았다.  

     

     

    우리는 만약 주택 가격 하락의 완만한 지속 추세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연체율이나 지급 불능 사례의 증가세가 금융시장 저체로 번지지만 않는다면 (알다시피 결국 이 '가정'이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5장, 174쪽)

    이 프로그램 (연체자들에게 담보권 행사 대신 월 상환액을 조정하며 주택 유지하게 하는 - 자발적 대출 조정 프로그램) 이 오히려 연체가 발생하지 않은 대출자드에게도 '전략적 디폴트'를 선언할 기회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더 나은 상환 조건을 기대하느라 상환을 중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여러 가지 복잡한 증권으로 구성된 담보대출의 성격 상, 전 세계에 흩어진 투자자들의 승인 없이는 법적으로 협상이 불가능한 면도 있었다. (175-176쪽)

     

     

     첫 패닉런이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의 선언으로 시작되었다는 디테일은 몰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도 부를 만큼 직접적인 트리거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무려 강아지에게도 돈을 방만하게 빌려준 탓이었다는 건 알았다. 부동산이 상승세였을 때 대략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여러 채의 주택을 샀다가 예상치 못한 주택 가격들의 하락으로 '주택매도금 - 대출금 잔액' 이 0보다 작아지는 장세로 전환되면서 곧 대출을 연체하게되고 돈을 빌려준 채무기관 및 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들의 가치까지 연쇄적으로 폭락하게 되면서 연쇄적인 반응으로 패닉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증권' 단어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이거 혹시 날 괴롭히던 그 증권들 아니야?? 

     

     

     

     '유동화', 또는 금융증권화 (다양한 대출상품을 한데 묶어 복잡한 증권을 만드는 방법)로 불리는 기법은 개념적으로는 그림자 금융과 구분되나, 실제로는 양쪽 모두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의 대안이 된다는 점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85쪽)

     유동화 기법은 담보 대출 기관이 (자체 예탁금 기반이나 도매금융을 모집할 여력이 없는 일선 대출 기관까지도) 전 세계의 막대한 저축 자산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187쪽)

     이론적으로 모든 증권은 다양한 투자자가 선호하는 위험도와 유동성에 맞춰 고안할 수 있지만, 증권화된 자산의 최종 형태는 너무나 복잡하고 불투명해서 아무리 정교한 실력을 갖춘 투자자라고 해도 이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 (중략) 세계적으로 과잉 공급되던 저축액은 유동성이 높고 표준화된, 고수익 자산을 향한 어마어마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었다. 유동화가 낳은 결과 중 하나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사실상 글로벌 자산으로 발돋움함으로써 미국 투자자뿐만 아니라 독일의 저축은행부터 일본의 연기금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기관들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188쪽)

     

     와,  공부할 때 스트레스를 주던 그 증권 상품들이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도 연관이 있었다니... 신용도 낮은 담보대출을 요리조리 잘 묶어서 위험도 별로 증권화해 낸 금융공학자들도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 (여담이지만 2008년 이전에 이과 전공자들이 경제경영을 부전공이나 복수전공하는 유행이었던 기억이 퍼뜩 난다. 전공에도 버블이 낀다는 생각이 든다. ) 경제를 몰라서 저 증권들이 이상해보이는 걸까, 왜 만들어졌을까 궁금했는데, 그 배경과 실제 부작용이 났던 글로벌한 사례까지 보니 엄청난 퍼즐을 맞춰낸 기분이다. 게다가 벽돌책 도전하다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벤 버냉키에게 직접 과외 받게 된 기분이랄까.   
     더불어 서평을 쓰면서 새롭게 깨닫게 되는 점이 있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는데 경제 현상 중 '버블', 혹은 그로 인해 발현되는 '금융 패닉' 대해 유독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었다. 바로 직전에 읽은 <대한민국 돈의 역사> 에서도 유독 버블을 유발하는 요소들과 그 요소들이 발생한 사례들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다고 느꼈다. 이번에 들여다 본 '글로벌 금융위기' 내용도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기저의 심리는 결국 비슷한 것 같다. 왜 버블에 관심이 갔을까 생각해봤을 때, 투자자들의 심리가 요동치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인 것 같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금융의 전문가라 해서 투자 수익을 얻어가는 것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감당할 수 있는 그릇과 노출 되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 책 이전에도 연방준비제도, 일명 연준에 대한 이미지는 97년 우리 나라가 어려울 때 IMF로 떠넘긴 나쁜 놈들이었고, 다시 그 부분 (3장, 131쪽)을 읽어도 그린스펀이 '타임'지 표지에 실리는 게 썩 즐겁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완전 고용과 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최종 대부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림자 금융, 유동화에 의한 곧 비은행기관에 따른 여파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 시스템 외부까지 최종 대부자를 자처하는 것은 누구는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마땅하다 할지 몰라도 이 시기에 연준에 대한 신뢰를 더 공고하게 해줬을 것 같다.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 (TARP) 법안을 승인시켜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전통적인 방식(은행의 지급준비금 공급량 조절) 대신 지급 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여 연방기금금리의 최저방어선을 지키는 통화정책을 펼 수 있었다. 섬세한 공동의 금리 인하까지 이어가면서 더욱 연준의 균형잡기가  복잡하고 창의력이 필요해짐을 보여주는 경우였다. 우리 나라의 금융 산업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데 현재  ABS, MBS, CDS, CDO 등의 복잡한 증권 및 비은행기관에 대해 유사한 대비책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2023.09.06 - [F3 책책책] - [대한민국 돈의 역사] 왜 부모님은 절대 주식은 하는 거 아니라 하셨을까

     

    지식은 어딘가 연결될 곳이 반드시 생긴다

     

     책을 읽는 경험이 나름 누적이 되면서 모든 책을 각 잡고 읽기보다 어떤 책인지에 맞춰서 유연하게 다른 방법으로 읽어보려고 하게 된다. 이런 유연함은 책이 어렵고 두꺼울수록 발휘해야만 일독이 가능해진다. 아무리 이해가 안 가더라도 '적극적으로 하나만이라도 뽑아먹자' 란 각오가 절실하다.  

      보고 싶었는데 너무 배경 지식이 없어서 아껴뒀던 영화 '마진콜'과 '빅쇼트'를 드디어 볼 시점이 오고야 말았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이게 그건가 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서 한가지라도 지식을 습득한 후의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더 재미있을지 기대되고 설레인다. 이렇게 독서는 굳이 멀리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일상이 재미있어지고 세계가 확장시킨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다 이해하지 못하면 어떠한가~ 기한 내에 완독을 하지 못하였으면 어떠한가~ 이제 꾸역꾸역 읽어보려한 만큼 뉴스의 '연준', '연방준비기금', '연방지급금리' 등의 단어가 듣기 싫어도 크게 들릴 것이고, 삼수생은 사수를 할 지언정 ABS, CDO 관련 문제가 나오면 '이거 좀 알지'라고 (당연히 속으로) 잘난 체하며 문제가 반가워 질 것이다. 끊임 없이 점을 찍고 노드를 만들어가면서 촘촘한 지식과 사유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여정을 즐겨보자. 

     너무 배경지식이 없어서 시작은 버거웠지만 돈의 흐름을 타고 연준의 역사를 따라가는 과정은 재미 있었고, 책의 구성과 전개가 너무 탄탄함이 절로 와닿았다. 이제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노벨경제학 수상자가 역량을 쏟아부은 책의 남은 부분을 즐겨야겠다. 영화 2편까지 이어볼 기대감으로 9월 내내 행복할 예감이 든다. 

     

     

     

     


     

     

     

    뿌듯했던 줌 토론 직후에 ^^

     

    이렇게 어렵디 어렵게 서평을 마무리 했지만,

    책의 뒷부분은 우겨넣기로 휘리릭 뿅 넘겼기 때문에인지 끝나지 않은 기분이었다.

     독후 활동 마무리로 용감히 도전했던 줌 토론 후기는 또 다음 글로 써보려고 한다. 

    이것도 요래 남겨놔야 쓰게 된다. To be continued ~~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