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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긍정을 미세아교세포에게 주세요1F 책책책 2021. 5. 28. 12:05반응형
작가의 필력에 감탄이 나오는 책책 초반 100페이지 정도까지 읽었을 때의 메모를 보면 뇌과학 책을 읽고 있다기 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를 보는 중인 것 같다. '드디어', '흥미진진', 스릴러 소설보다 재미있음' 외에도 'ㅋㅋㅋㅋ' 나 느낌표가 마구 찍혀있다. 이런 과학 분야의 지식을 담고서 이렇게 속도감과 몰입도 높은 전개가 어떻게 가능하나 싶다. 분명 서문에 전체 이야기를 요약해주었음에도 어렵게 느껴져서 본문 읽을 걱정이 살짝 되었는데, 후루룩 읽다보니 절반 이상을 읽고 나서야 '환자의 병증/증상-새롭게 알아낸 과학적 사실-치료를 통해 환자의 변화' 라는 매우 단순한 것 같은 방식으로 묶을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해보이는 카테고리를 매끄럽고 이만큼 재미있게 확장해서 쓰려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실제 환자 및 연구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정리해나갔을 지 놀랍다. 전문 분야에 대해 다루면서 다소 비유나 표현이 과할까봐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충분히 '알고' 있으니 자신있게 쓸 수 있었구나 싶다. 논픽션이라고 정확히 표기되어 있지만 소설과 같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이 책의 아마 유일한 흠결이라면 분명 원제목일 거다. 'The Angel and the Assassin' 이란 원제는 본문에도 나오고 미세아교세포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에 좋은 표현이지만, 독자들은 분야나 내용을 전혀 유추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다 읽고 나니, 왜 신박사님과 고작가님이 원제를 아쉬워 하셨는지 알 것 같다.
뇌가 말랑해지는 느낌
책을 열심히 읽지만, 읽을 때는 표시도 하고 메모도 해보지만 생각보다 머리 속에 남기기가 쉽지가 않다. 드물지만 같은 책을 읽고 친구와 이야기하면 '난 어느 부분이 좋았는데' 하며 공유하는 것부터 해서 개인적인 경험의 차이만큼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니 점점 이야기에 살이 붙어가면서 같은 한 권인데도 '너의 한 권'과 '나의 한 권'이 만나서 '새로운 한 권'으로 인식이 되었다.
최근에 왜 아버지와 왜 부모가 자녀에게 긍정적인 메세지를 주어야 할까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대략 기억나는 대로 했던 이야기를 끄적여본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고 제약 측면에서도 해결과제로 여기는 분야가 항암제, 알츠하이머가 있다. 암은 수술, 항암제 투여 및 투약과 같이 치료 방법도 여러 가지가 사용된다. -하다못해 요즘 트렌드는 약을 병용도 한다- 반면, 뇌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는 부분도 있다. 뇌는 물리적으로도 접근이 어려운데다가 약물 중 뇌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뇌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다른 장기 대비 약물이 실제 전달되는 정도가 낮다고 한다. 또한, 면역계가 작용하지 않는 특수한 기관이라는 것이 오래된 정설이었다.
현재까지 알츠하이머가 많은 비율의 인구가 겪고 있는 병이기도 하고 환자가 스스로를 잃어가는 병증이 환자 본인 및 가족들에게 너무 심적 고통이 큰 만큼 그 중요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노인층에서 발생을 많이 했기에 자연적인 퇴행성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느껴졌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에게서도 알츠하이머가 나타나는 사례가 점차 많이 보고 되고 있는 만큼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예방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부족하다.
그럼 왜 우리가 단순히 긍정적인 메세지를 많이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메시지를 차단해야 하는가?
그게 우리가 가장 쉽게 습관적인 부정적인 태도를 버리고 또 발현되지 말아야 할 유전자들의 발현을 막을 수 있는 최고의 예방책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뇌도 면역장기이고 다른 신체 부위에 림프절이 있듯이 꼬꼬마 미세아교세포 (microglia)가 평상시에는 천사 같은 청소부 역할을 해주지만, 미세아교세포와 뉴런 사이에 비정상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시냅스를 잡아먹고 '신경염증' 들이 다양한 병으로 발현된다는 최신 연구결과들이 점차 발표되고 있다. 이전보다 다양한 외부 병인이나 미생물 등에 노출이 적어진 탓에 도리어 면역계는 정서적, 사회적 스트레스 조차도 살아있는 병원균으로 보고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미세아교세포에 문제가 생김으로써 우울증 , 불안장애, 자폐증, 강박장애 등의 정서적 문제나 자가면역질환, 나아가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것이다.
(p 271-272) 감마광 점멸 요법 등으로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고자 할 때 아밀로이드판과 매듭이 생기는 것보다 시냅스 손상이 더 먼저 일어난다는 사실이 왜 중요하냐고 말이다. (중략)
"사람들이 보통 알츠하이머 상징으로 여기는 인지기능의 감퇴가 엄밀하게는 시냅스 소실 때문에 생기는데요. 해마에서 이 시냅스 소실이 일찍부터 시작된다는 증거가 많습니다. 흔히들 초기 증세로 알고 있는 임상증상들이 드러나기 한참 전에 말이에요. (중략)
통제 불능의 염증은 일단 시작되면 되돌릴 수가 없어요. 그런 까닭에 초장에 병의 기세를 꺽을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거죠"
또한 스트레스는 미세아교세포 뿐 아니라, 특정 유전자의 발현에도 관여할 수가 있다. 어느 한 뇌 과학자가 다른 연구자들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실험군인 사이코패스의 뇌 스캔 사진들을 모았고, 대조군으로 사용하기 위한 정상적인 뇌 스캔 사진을 얻기 위해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의 사진을 모두 촬영했다. 정확한 실험을 위해서 그 사진을 모두 블라인드 처리하고 뇌 스캔 사진을 보면서 사이코패시의 발현과 특정 뇌 영역의 상관성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대조군으로 설정한 사진 중 하나가 너무 명확히 사이코패스의 뇌로 보였고 결국 누구의 사진인지 역추적하게 된다. 그랬을 때 충격적이게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뇌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사진의 정보를 여러 번 확인하고 난 뒤에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 그 때, 어머니가 그에게 그의 집안 내력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면,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계보에 사이코패스이자 실제로 여러 건의 살인까지 저지른 범죄자가 다수 확인 되었다. 확인되다 못해 적어도 두 줄기의 범죄적 유전자가 그에게 유전되었을 것이란 추정을 할 수 있었다.
그는 분노를 격하게 표출하고 싸움도 좋아하고 동료들에게 실제로 사이코패스 같다는 평가도 받은 적이 있었음에도 자신이 조상들과 같이 심각한 범죄자로 자라지 않을 수 있었던 요인을 찾아나섰다. 책 표지에 '나의 어두운 본성을 오래전에 깨달았음에도 나를 잘 자라도록 보살표준 나의 부모에게' 라는 헌사를 썼을 정도로 어린 시절에 신체적, 감정적, 성적 학대를 겪지 않고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것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보유했고 특정 뇌 영역 (안와전두비질과 편도체를 포함한 전측두엽)의 저 기능에도 불구하고 TED강연에서 '아웃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실제로 동일한 환경 하에서 진지한 칭찬 한 마디를 시작으로 부정적인 메세지만 차단한 것만으로도 기대받지 않았던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찾아 발휘하게 할 수 있음을 이야기 하는 사례들도 계속 쌓여가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후성유전학 (epigenetic) 으로 설명되는데, 환경적 스트레스가 물려받은 유전자에 더해지면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돌연변이보다 유전자의 변화도는 낮지만, 일란성 쌍둥이가 똑같지 않듯이 행동양상에는 분명한 영향이 있다)
그러니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가족 간에 부정적인 표현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전하는 노력을 더 많이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꽤 일방적으로 대화를 끌어갔지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 최근에 일이 바쁘다고 토론에 참여하지 못해서 혼자 읽은 '한 권'만 겨우 인지하고 있다가 읽었던 '한 권'들끼리 엮어보니 새롭게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사실들을 여기저기 긁어모아서 이야기를 하고 나니 디테일이 부족한 수준의 이야기들이었음에도 아주 작은 노드 (node) 와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이해한 수준이 얼마든 글로 써보는 것만큼 대화나 토론을 통해서 의견을 나누어보는 것이 의견의 수만큼 더 책을 읽어내는 경험이란 걸 소름 돋게 느끼는 날이었다. 사유의 수준이 올라가면 글로 썼을 때와 말로 풀어낼 때에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점차 줄어드는 것일까 잠시 생각해봤다.
@리더스 앱_독서달력,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찍으니 다시보기 편리했음 뇌는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게 될까?
뇌라는 어려운 분야 심지어 '미세아교세포 (microglia)' 의 재발견을 다루는 최신 결과를 다루고 있음에도 흥미로운 부분이 가득했다. 재미로만 놓고 봐도 지루한 부분이 없어서 거듭 강조하지만 글 쓰는 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진다. 그래서 모든 부분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미세아교세포를 다룰 수 있을지 실질적인 치료 방안이 있는지를 특히 확인하려고 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뇌는 치료가 쉽지 않은 기관이고, 관찰하는데 기본적으로 비용이 높다. 책에서도 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시도하는 환자의 입장도 잠깐 비춰진다. 건강한 신체여도 큰 수술을 겪으면 회복기를 오래 거쳐야 하고 나이가 있으신 분들께는 그 자체가 무리가 많이 되니 비침습적이고 보험처리도 되는 치료방법이 개발된다면 (엄밀히 개발만큼이나 상용화가 문제 같지만) 기존의 빅파마들에서는 약이 필요가 없는 방법이라면 미세아교세포 진압에는 크게 관심을 안 가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블루드림스>에서 봤듯이 이미 가지고 있는 우울증 등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환영하지 않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관련 분야가 발전되는 추이를 지켜보되, 스스로 할 수 있는 예방책으로 주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뿌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봤다.
인상적이었던 한 장면
BTS는 워낙에도 칼군무와 퍼포먼스로는 대단했다고 기억하는 바여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기를 얻는 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세계 팬덤을 얻은 그 소통 과정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한 점이 있었다.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던 영상은 무대 위 모습이 아니라 UN총회에서 'Love yourself'를 외치는 MZ 세대의 진정한 우상 (idol)의 모습이었다.
소셜미디어가 집중력이나 시간 관리 측면도 모자라 뇌에 신경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니, 완벽히 자아를 완성하기 이전에 소셜미디어 발전과 같이 자라난 MZ세대가 즐겨쓰면서도 버거운게 소셜미디어이지 않을까. 그 안에서 '너 스스로를 사랑해줘' 라고 외치는 BTS의 모습은 그들에게는 훨씬 드라마틱하게, 절절하게 느껴졌겠다라는 상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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