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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존 메이너드 케인스, 재커리 D. 카터 저, 홍춘옥 감수] 지적이고 유연한 케인스 씨
    1F 책책책 2021. 12. 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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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저히 그냥은 읽히지 않아서 책장을 잔뜩 접고,

    지하철 안에서도 연필로 밑줄 그어야 진도를 겨우 나갈 수 있었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책을 읽다가 완독 전 서평을 시작해본다.




    책이 무거운 것보다는 경제의 역사는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원달러 환율 계산 조차도 헷갈리는데 달러-파운드 환율에 대해서 보려니 몇 개 안 나오는 수치에도 어려웠다. 감수를 하신 홍춘옥 박사님이 설명해주시는 영상을 보고나면 잠깐 알 것 같다가도 책으로 돌아오면 도루묵이었다. 포스트 모더니즘 이래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하는 것처럼, 역사 속의 경제도 '어느 장면인가 되풀이 된다'는 말씀은 알 것도 같기도 하다. 시장을 설명하면서 100개에서 6개의 가장 예쁜 얼굴을 고를 때 '개인적으로 예쁜'이 아닌 '평균적인 사람들의 예쁜' 얼굴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는 비유를 든 것이 케인스의 <일반 이론>에서 였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전혀 이성적이 않고 공포와 불안정성에 쉽게 좌우되는 주식시장에 관한 비유 중 굳이 누가 했던 말이다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게 들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케인스의 비유를 알고 있었다니... 약간은 케인스와 친해지는 것 같은 마음에 책장을 넘기는 마음이 살짝 가벼워졌다. (p. 400 참고. 쪽수가 이미 어마어마한데도 책 내용의 절반 정도 지점라는 것도 놀라움) 매일 쓰고 있는 돈에 대한 역사를 이해하는 건 전혀 쉽지는 않았지만, 이제부터 아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그 정도로.




    1

    천재적인 지적유연성



    케인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가장 돋보였던 점은 치열하게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보여주는 지적유연성이었다. 한때는 금본위제 중심의 자유무역을 옹호했지만 이후 공공사업을 지지하는 보호주의자의 면모를 보이게 된다. 보통 유연하다는 성질은 학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쉽게 줏대가 없는거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주변에서 본 (자칭) 전문가 집단은 깊게 알고 있는 지식에만 갖혀서 새롭게 펼쳐지는 시류에 올라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돈의 가치가 인플레이션으로 점차 바뀌어가듯이 지식의 가치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효용성이 감소한다. 적어도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사회 계급으로서 지식의 공유가 막혀있던 시기에는 지식을 얻는 거 자체가 한계가 있었기에 반짝 공부나 기술 습득으로 평생 먹고 살수 있었다. 하지만, 평생 공부가 중요한 시대가 왔고, 점차 필수가 될 것 같다. 케인스가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지적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시에 필요한 경제적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거시 경제학이라는 한 축을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한편, 이런 지적유연성은 일관성에서 태동하는 것 같다. 생각은 바뀔 수 있지만, 바뀌지 않는 삶의 신조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 갈대처럼 흔들리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자기계발의 용어로 바꿔보자면, 늘 세부적인 목표는 변경될 수 있지만 최종적인 삶의 이유, 목적, 결국 비전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케인스는 여러 저서에서 보여주듯이 경제적인 정책,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변화를 보이지만,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 만큼은 잃은 적이 없었다. 1차 세계대전, 대공황과 같은 큰 이슈들을 직접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음이 놀랍다. 그의 사고 바탕에는 경제는 발전하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라는 낙관적인 태도가 늘 자리했다.


    아주대 심리학교수이신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에서 한국인은 유독 행복하기 어려운 뇌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낙천과 낙관을 구분지어 설명해주신 내용이 있었다.


    낙천=기질
    낙관=관점



    한국 사람들이 낙천적인 유전자가 부족하더라도 낙관적인 관점을 가지려고 하면 얼마든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천재적이란 표현을 쓴 것도 그런 맥락이다. 케인스가 특별히 낙천적인 사람이으로 태어난 천부적인 인물도 모른다. 천재의 시작점은 다른 이보다 뛰어난 타고난 재능이었을지 몰라도 그걸 지속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일생동안 세계대전이 2번 일어나는 걸 본다면, 오... 본래 있던 낙천 유전자들도 비활성화될 것 같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고유한 성장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최대한으로 가꾸고 키우는 것은 아닌데, 케인스는 아주 잘 자란 아름드리 나무를 일궈낸 인물인 것이 틀림 없다.


    실제로 케인스는 시장에서 투자를 하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는데 이 또한 낙관적인 태도가 작용했다 본다. (놀라운 수익에 대한 언급 p.187)경제 전문가들이야 말로 의견 바꾸기의 대가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낀 싶을 정도로 참 변화가 많다. 어떤 자산 종류에 투자하는 폭삭 망할 거란 불안감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우르르 따라가다 손실을 보게 되는데, 긍정적이신 케인스는 공포에 투자하고 큰 성공을 거두는 타입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2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지지해주는 그룹




    블룸스버리 클럽은 대다수가 예술가였던 사교 집단이자 케인스에게 때로는 열등감을 주거나 (연애도 상당이 비중이 높은) 기이한 긴장감이 돌기도 한 절친한 친구들의 모임이었다. 예술가도 아니었고 훨씬 정치적 (심지어 직접 참여했으니)인 케인스는 때로는 친구들과 멀어지기도 했지만 끈끈한 우정을 이어갔다. 직접 예술을 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을 토론하고 지원하며 함께 한 시간들이 케인스에게는 폴리매스적인 발전의 밑거름이자 정서적인 밑바탕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파리평화회의 때 너무 지쳐버린 케인스가 사임하고 싶어하지만, 한동안은 계속 재무부의 일을 계속 하게 된다. <평화의 경제적 효과>의 성공은 명성은 드높였지만, 정부 정책을 모욕할 가능성이 있은 인물로 낙인찍힌 케인스가 정치에 나아가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래서 자발적이라 할 지라도 일시적인 경력 단절을 겪게 된다. 경제 학술지 활동을 한적은 있었지만, 진지하게 경력과 연결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평화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비평에 대한 피드백을 하면서 평판을 관리하고자 했던 것이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되는 길을 열었다. <맨체스터 가이언>에서 몇년간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약한 이후, <네이션 앤드 아테네움 (이하 네이션)>지를 인수하여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공직에서 물러났다지만, 대중적인 페르소나를 보여주는 방법을 찾았기에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을 넓혔다고 봐야할 것 같다. (특히 요즘 정치인들은 멘션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 같으니까...) 레너드 울프가 문예 편집자를 맡으면서 울프 부부 (이때(1923년)까지도 버지니아 울프는 인기작가가 아니였단다.. 1928년 '올랜도'가 발표되어야 드디어 여생을 전업작가로 살 수 있었다니... 인생은 길고, 존버는 필수다)의 생계도 도와주게 되었다. 결국, 네이션지는 대중적인 케인스의 창구였기도 했지만 친구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고, 내심 이질감과 질투심을 느껴왔었을 케인스의 예술적인 측면을 채워주는 윈-윈구조를 형성했다.



    이후, 케임브릿지대학에 일명 케임브릿지 서커스라 부르는 또 다른 둥지를 만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블룸스버리의 버지니아와 리튼의 역할이 뉴페이스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 소모임은 '불완전 경쟁'이란 개념을 만들어낸 조앤 로빈슨이 주축으로 리처드 칸, 리에로 스라파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케인스를 공격하는 하이에크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새로운 개념은 연구하여 일반이론을 발전시켰다. 자신의 이론에 열성적인 지지자를 얻자, 그들이 매개가 되어 여러 경제학도가 가르침을 받게 된다. 로라 타시스, 로버트 브라이스, 폴 스위지 등의 '총명한 전도사들'이 미국에서 케인스 이론의 추종자로 활약한다. <미국 민주주의를 위한 경제 프로그램 >이란 책을 스위지와 몇몇이 공동으로 집필하여 기존 케인스의 저서 <일반 이론>를 알기 쉽게 해석한다. 그 책이 뉴딜의 철학을 담았다 평을 받을 뿐아니라, 추종자들이 미국의 주요 공직에 나가가면서 어느 순간 미국에서는 케인스 없이도 케인스 학파가 생겨나게 되는 기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케인스가 미국인인가 싶었다. 그 정도로 케인스의 이론은 지금껏 미국에서 많이 적용되었다는 게 무의식에도 새겨져 있었던 모양이다.)

    이 대목에 대한 다른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지 궁금하다. 본인의 이론을 연구만 한 것이 아니라, 후학을 양성하여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널리 퍼트리는 시스템을 구축하니 어느 순간 플라이휠이 혼자 돌면서 케인스 학파를 자아낸 느낌이다. 케인스가 혹시 더 오래 살았다면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법'이나 '커뮤니티를 만드는 법'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을 쓰지는 않았을까 상상해봤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잠시 보고 싶은대로 보였던 것 같다.


    케인스는 블룸스버리 내에서는 완벽히 동성애자로 보였다. 처음에는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보였지만 발레리나 리디아와 케인스는 서로를 튼튼히 지지해주는 반려로서 일생을 다한다. 성 정체성 자체도 인류애(?)가 넘쳤던 케인스가 유연한 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리디아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매력적인 발레리나였다는 것 외에도 그의 일을 응원하며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타입이었다. 블룸스버리 친구들에게 좋지 못한 평을 들었음에도 결국 그녀를 인정하게 만들었던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이 케인스를 부드럽게 만든 것 같다.


    케인스는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현재까지도 조명 받는 경제학자로 남을 만큼 뛰어나난 활약을 한 것은 안팎으로 그를 지지해주고 비평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의견을 나누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주 스치듯이 친구 아인슈타인이 언급되는 것만 봐도 그가 친구들과 맛집 투어하는 유형은 아니다. ㅎ)




    3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



    약간 벗어난 이야기지만, 책을 읽고나니 어떤 투자를 하면 좋은 걸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허무한 결론이지만, 단연 의식적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것이 유익할 뿐 아니라 종국에는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을 거라고 본다.


    씽큐온을 시작으로 꾸준히 독서하고 영어를 공부하니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무의미 낭비성 소비가 더 줄었다. 당연한 게 딴짓할 시간이 많이 없다.


    업그레이드 해보겠다 듣던 온라인 수업들도 일부 있었지만, 사실 가성비는 책으로 하는 공부만큼 저렴한 게 없는 걸 절감한다. 유일한 단점은 책들이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 정도? 연필과 형광펜을 많이 쓴다는 것 정도? (볼펜은 몇개 비워봤지만 형광펜 다 써본 적은 없는데 가능한지 급 궁금하다.)



    씽큐온에서 이미 앞서서 꾸준히 독서하신 분들(호칭이 마땅치 않다... 슨배님?!)을 관찰해보아도 자명하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분들은 선정도서 외에도 많은 책을 읽고 전문 분야 혹은 경제 지식 등을 새롭게 축적해서 오늘 가장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신다. 서평이나 줌 토론에서 마주칠 때마다 역시 더 화이팅하자는 의지를 다지게 해주신다.


    결국 투자는 '나'를 종잣돈 삼아 키우는 것이 가장 기울기가 가파른 것 같다. 말대로 인생을 바꾸는 투자이니까. 현실적으로는 이렇게 공부하느라 못쓰고 아낀 돈을 액수를 계산해서 이름 붙이고 새로운 투자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N차원 독서를 향하여



    아직 읽고 있는 중이지만, 이전에 <신화의 종말>, <권력의 원리>, <아인슈타인의 전쟁>, <폴리매스> 등의 씽큐ON에서 읽은 책에서 얻은 조각조각의 지식들이 조금씩 겹쳐서 3D 퍼즐처럼 맞춰지는 기분이 든다. 분야를 넓혀가며 읽는 독서를 T자 독서라 표현하는데, 입체적으로 각각 다른 분야라 여겼던지식이 연결되는 독서는 무어라 불러야 할까? N차원 독서? 같은 선정 도서를 읽지만 각자의 사고와 경험으로 씽커마다 다른 연결을 해가고 있을 텐데 N차원 지도/혹은 아카이브를 서로 공유해보는 것도 멋질 것 같다.







    여기까지가 케인스가 세상을 떠나는 12장까지 일독하고 쓰는 서평이다. 정말 이해 못하고도 (자가평가 하기에 30%나 이해 했을까 싶다) 이만큼 읽은 걸 생각하면, 학생 적에 이랬으면 좋았을 것을 이란 생각이 자꾸 스치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사실은 그때는 주식도 안해봤을테니 적어도 이 책을 위한 배경지식은 더 없었다는 거다. 단촐한 감상으로 마무리했는데,13장부터 무슨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꼭 완독하고 서평을 새로 쓰면 감상이 좀 달라질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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