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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권력의 원리] 다음 '청동기'는 무엇일까?1F 책책책 2021. 11. 9. 06:11반응형
국립중앙박물관, 중국고대청동기 전 https://www.museum.go.kr/site/main/exhiSpecialTheme/view/current?exhiSpThemId=614651&listType=list
중국의 청동기는 최초에는 신의 위한 제사를 지낼 때 예기로만 쓰이고, 그 이후 점차 일상생활 도구로 쓰인다. 모양을 토기로 만들고, 진흙으로 거푸집을 만들며 녹였던 청동이 굳은 뒤에 거푸집을 깨트리는 방식으로 제조되어 누구나 신분이 높을 수록 많이 가질 수 있게 하는 열정제도 (청동그릇), 악현제도(청동악기)로 관리된다. 세계적으로도 넓은 중국 땅위에서 당시에는 청동그릇과 청동악기를 나라가 넌 ㅁㅁ이니 ㅇㅇ개 가져도 되라고 제한하고, 관리했다는 게 재미있다. 하지만 '청동기로 상징된 권력과 지위'도 영원하지 않았다. 철기 시대로 넘어가며 많은 철기의 사용으로 청동기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지고, 더 손쉽게 청동기를 만드는 기술이 생기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다.
<권력의 원리>를 다 읽고나서 우연히 보고 온 전시 내용이었다. 당시 청동기란 가치있는 자원을 통제함으로써 지배층이 상위 계층에게 권력을 일부 나누어주고, 또 권력의 위계를 정해준 것이다. 신기하게도 '권력'이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읽으니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역사라는 것도 '힘'이 작용해온 결과들의 합이기 때문일까?
앞서 읽었던 <모두를 움직이는 힘>이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움직이기 위해 비전이 필요함을 주지시킨 책이었다면, 이번 <권력의 원리>는 최대한 구성원들을 흔들 수 있는 권력이 무엇인지 일반적인 사회를 움직이는 또다른 driving force (추진력 이란 표현보다 적절한 게 없을까?)에 대한 책이다. 또, 비전이란 단어가 리더를 향해가는 '상향적'인 느낌을 주는대 반해, '권력'은 가진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하향적'인 느낌의 단어라 사회 안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driving force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만 다르게 느껴졌다. 두 가지 책을 연달아서 읽는 것이 꽤나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권력은 더럽지도 영원하지 않다, 그저 이동할 뿐
책을 읽으면서 권력에 대한 편견을 덜어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머리로는 알지만, 흔히 '나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끌리는 부정성 편향 (*52쪽에도 언급됨)때문인지 왠지 권력은 더럽다는 인식에 사로잡혀온 것 같다. 분명 힘은 가질 수록 매료되고 중독되기 쉬운, 까다로운 것임에는 틀림 없다. 빈곤층 여성과 아동 환자를 위해 헌신하며 사회적 기업가가 된 베라 코르데이루 박사 조차도 터부시하던 힘에 익숙해지는 걸 발견한다. 어느 순간 힘을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지만, 공감능력과 겸손을 통하여 균형적인 시각을 되찾는 게 가능하다는 것도 보여준다. 분명 권력이 커짐에 따라 그녀가 할 수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권력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때 어쩌면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편견은 그녀에게도 있었다니, 책 한 권으로 다른 사람의 경험과 깨달음을 흡수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선동은 '소통'
좋은 구절이 많아서 책이 뚱뚱해졌지만, 정말 이 책의 핵심 중 핵심을 인용해보라면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다음 두줄을 고르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
가치를 두는 것에 대한 통제권을 누가 갖고 있는가?
(p 80)어느 상황이라도 두 문장에 대한 답을 찾아내면, 특정 그룹 혹은 조직 수준의 문제는 금새 파악하기 쉬워진다.
안전과 자존감의 기본적인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활용하는 자원들 중 6가지가 제시된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 저자의 자신의 상황부터 주의 깊게 보라는 조언에 따라, 통제당한다고 느끼는 요소가 무엇이고, 또 비중을 두는 가치가 무엇일까 순서를 매겨보려고 했다. (3장 105쪽 그림)
자율성 > 도덕성, 성취감 > 물질적 자원 > 지위, 소속감
이전에는 스스로 매우 속물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이클 하얏트의 <초생산성>, <모두를 움직이는 힘>을 비롯해 독서를 하고 서평을 쓰면서 얻게 되는 결론은 무엇보다도 '자유, 자율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최근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도 되었다. 기회 아닌 기회가 왔을 때, 업무적인 자율성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 가치를 두지 않는데 지위를 잡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자율성이 높아지지 않아서 갑갑해졌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자율성에 꽤 높은 비중을 둘 것 같고, 동일한 우선순위를 가지는 사람들도 제법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프화 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의 자율성-물질적 자원, 자율성-(지위,소속감) 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수치화 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해진 것이 큰 소득이다.
권력의 역학관계를 이해하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동의 수단이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혁신을 이뤄내는 사례들을 보며, 저자들이 얼마나 절절히 권력은 올바르게 쓰일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은지 느껴졌다. 권력이 다수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잘분배될 수 있도록 집단적인 선택을 하려면, 개개인이 권력의 원리를 알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며 무엇보다 권력이 바르게 쓰일 수 있음을 '믿기'를 바란 것 같다.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정의한 '악의 평범성 the banality of evil'은 (영어 스피치로 듣고 공부했던 단어라 반갑기도 했다 ㅋ) 여전히 유효하다. 착실하게 악을 이행하고 복종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동의를 끌어내기는 대체로 참 힘들긴 하다. 하지만 하물며 사이코패스적인 성향도 지속이 어려울 뿐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데, 무언가를 바꾸려면 바꿀 수 있음을 의심하지 말고 & 믿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다져야겠다.
2017년은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이슈가 된 해였다. 어떻게보면 누구나 있음직하다고 생각했던 권력의 폐해였고, 화려한 쇼비지니스에서도 여성들이 받는 대우가 다름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도 깜짝 이슈로 사라지는 뉴스들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꺼내고 공유함으로써 장시간 지속되었고 권력을 가졌던 남성들이 추락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보다 10년 전 미투운동을 시작했던 타라나 버크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짧은 믿음으로는 무언가를 바꾸기 힘들다.
다음 '청동기'는 무엇일까?
전시를 봄으로써 시야가 약간 확장되었다. 권력을 보는 시야를 보다 넓혀서 현재 시대와 사회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의 사례를 다시 읽어보면서는 '청동기'와 같이 현재는 권력으로 작용하는 자원이 무엇일지, 그 권위를 잃고 무엇으로 대체될지 상상해보게 되었다.
아마도 이 시대에서는 '정보'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너무 많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은 양질의 정보만을 골라볼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없는 정보를 새롭게 얻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 양질의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능력과 가려낼 수 있는 능력으로의 '독서'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쓰고보니... 너무 번역체 같다) 서평을 쓰는 것이 독서 후 아웃풋이기도 하지만, 계몽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겠다. 저자 말대로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으니' 깊은 통찰을 자양분으로 흡수해서 싹틔워봐야겠다.
전시 중 어린이들에게 인기만점인 AR 컨텐츠, 태블릿을 가까이 가져가면 청동기 실제 쓰임을 보여준다. '1F 책책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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