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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에이지리스, 앤드류 스틸 저] 노화를 알면 더이상 불편하지 않다1F 책책책 2021. 12. 21. 12:09반응형
아프니까 노년이다?!!
호모 헌드레드에 앞서 생각해야 할 문제
지인 중 누군가 홍삼 엑기스 (뭐라고 하더라?) 한 포를 들고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난 이런 거 먹으면 아파도 오래 살까봐 안 먹잖아. "
음?? 아픈 게 문제인가, 오래 사는 것이 문제인가.
누가 봐도 아픈 것이 문제다 싶지만, 나이가 들면 아파질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마치 '노화 = 아픈 상태'라고 여기지만, 또 그것 자체가 질병이고 질환이냐고 질문 받는다면 기계적으로 그건 아니라고 답했을 것이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는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헌드레드', '백세시대' 라는 말을 계속 듣지만, 정말 100살까지 사는 삶이 당장 체감되는 변화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를 마치 내 일이 아닌 양 느끼는 뇌 덕분에 현재에 집중하며 살 수 있기도 하지만, 지금 멀리 내다 보지 않고 당장 건강을 소진해버리면 몇 십년 뒤의 나에게 크게 미안할 일이다.
<에이지리스>에서는 노화를 근본적으로 치료 대상으로 생각하고 치료하기 위한 최신 과학연구를 다루고 있지만, 또한 누구나 실천할 수 있고 해야 할 지침들을 전해준다. 기대수명만 길어서 아프게 오래 살고 싶지 않다면, 호모 헌드레드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정면으로 한 방 맞은 느낌
책을 한참 읽던 중에 씽큐온 씽커들의 토론 후기를 읽게 되었다.
참가하지 않고 듣기만 했기에 그 분위기까지 속속 알 수는 없었지만, 전혀 생각 못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연령대에 따라서 노화에 대한 관점이 달랐다는 점!!!
나는 어땠나? 와....
노화를 진심 걱정하고 있었다.
새삼 30대 초반까지의 내가 노화를 걱정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정말로 이 책을 세월을 정면으로 맞을까봐 걱정하면서 노화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읽고 있었다.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느라 솔직하게 이해는 할 수 없었던 노화 재프로그래밍에 대한 내용을 그리 오래 읽었나보다. 갑자기 진시황제가 떠오르는 느낌이다. 그도 나이가 훅 다가온다는 느낌에 영생에 대한 고민을 했겠지.노화의 진화, 노화로부터의 해방
갓 노화에 대한 궁금증을 많았다는 걸 인정해서 그런지, 노화의 기원과 어떻게 노인생물학을 연구하게 되었는지 서술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던 것 같다.
다른 시대부터 살아왔다는 고목이나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를 보고 엄청난 나이다라고 생각만 했다. 당연히 오래된 나이 만큼 노화하고 기능이 떨어진다고만 생각했고, 언젠가는 생명이 소멸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화이트 산맥의 브리슬콘 소나무는 4850년으로 나이가 추정된다니... 정말 인류의 역사를 함께 한 셈이 아닌가. 이동을 할 수 없는 나무의 특성상 공간 경쟁 때문에 후대에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극단적인 장수가 일어나다니, 동물에게 적용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자연 환경이 진화에 극단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노화의 정의는 나이듦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자는 통계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정의내린다. 문장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여왔는데, 그건 다른 생물종에게는 사실이 아니었다.
수많은 인류가 세대를 바꾸는 동안에 살아있었던 소나무 만큼이나 어류의 수명은 사람과 달랐다. 바다 속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건 아이가 좋아하는 바다탐험대 옥토넛을 함께 보면서도 느꼈지만, 어류는 나이가 많아질 수록 외인성 위험이 줄고, 번식력이 높아진다니 생각 못한 일이다. (잠깐, 인류가 공존하려면 오히려 작은 개체를 놓아주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노화의 진화"라니, 몇 번을 읖조려봐도 매끄럽게 나오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긴 하다. 역설적이지만 외인성 사망률이 존재한다는 위험이 있어 진화는 말년까지 최상의 신체를 유지하려는 방향을 추구하지 않았기에 노화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대체 노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생명체들은 어찌된 일일까. 이들은 물리학 법칙을 위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생물학의 법칙도 위배하지 않는다고 미미한 노쇠(심지어 거꾸로 노쇠)가 가능하다는 증거이다. 식물 (소나무), 파충류 (거북이, 히드라), 어류 (한볼락) 같은 다른 종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비교적 유사한 종인 생쥐와 박쥐 및 벌거숭이 두더지쥐를 보아도 마찬가지로 노화 경로를 바꿀 수 있으며, 노화가 필연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노화는 진화의 우연한 부산물, 의도치 않은 실수다. 저자가 노화의 메커니즘을 '돌연변이 축적이론, 적대적 다면 발현, 일회용 체세포 이론'의 세가지 요소로 묶어서 설명해주는 문단에서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성체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돌연변이가 누적되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심해지는데, 진화가 그걸 제거할 수단을 마련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 바로 노화인 것이다. 후대에 더 많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젊은 시기에 성적성숙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적대적 다면발현 유전자는 의도치 않게 말년에 노화를 가져오게 되고, 심지어 번식을 우선순위로 하니 일회용 체세포가 고장나는 데도 유지하는 것 또한 노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사람의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20대 초반이면 이미 성장이 끝나고 노화가 시작되는 이유를 궁금하다 못해 약간은 분개해 온 나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준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는 관점을 켬으로써 노화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 덕에 화를 낼 필요도 없음을 깨달았다. 이게 흔히 디톡스할 때 일어난다던 명현 현상 같은 것일까. 생물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한데도 노화를 이해하고 심지어 노화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게 해주다니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깡그리 버리게 해 준 저자에게 감사 표현을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씽커 분을 통해 발견한 저자는 인스타그램로도 왕성히 활동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였다. @andrewjsteele)
이 외에도 책에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두 부분만 언급해본다.
>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아니였습니다!!
노화 연구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에 '텔로미어 (말단소체)'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접했지만,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겟으로 한 연구가 정말 많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조금씩 한 방향으로 연구 결과가 흘러간다는 건 알았지만, 알츠하이머 진행의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였다는 결론을 확실히 확인받았다.
어쩐지 열심히 아밀로이드 반점을 따라 연구한 연구자들에 빙의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설정한 가설이 송두리째 바뀔 때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정된 사고를 바꾸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일반적이긴 하다. 과학자도 사람 아니겠는가, 또 인체에 쓰기 위한 거니 새로운 약 개발이 참으로 어렵기도 하고 말이다. 이럴 때마다 애덤 그랜트의 <씽크 어게인>이 생각난다.
씁쓸해 하고 있는데, 저자 앤드류 스틸은 과학은 저렴하다고 친절하게 말해준다. (p. 396) 노화의 전형적인 특징 10가지에 각 100억 달러씩을 투자한다고 해도 미국에서 보건 의료에 지출하는 총 비용 2.5 퍼센트 에 불과하다고 한다. (연구 책임자급도 아니고, 직업의 한 형태일 뿐이지만) 늘 어딘가의 보조금, 국고를 통해서 연구를 지원받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는데, 좋은 연구는 충분히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의심하지 말아야겠다.
> p53 '게놈의 수호자'
이전에 <유전자 임팩트>를 통해서 접해본 CRISPR 기술이 언급되어서 반갑기도 하고, 앞으로는 정말 유전자 수준에서의 편집이 다가와 있구나 싶어 기술의 발전에 벅찬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유전자와 단백질명 표기 조차 헷갈리는 수준이라 알고싶은 마음만큼 이해하지는 못했다. 겁도 없이 청강했던 분자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꺼내볼까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다가 어디서 본듯한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p53이라는 유전자였다. 암에서 가장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유전자로, 코끼리의 게놈에는 20개나 복사본이 있지만 사람에게는 하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게놈의 수호자'라는 별칭까지 있다니... p53이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단백질을 재활성화를 통해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이용하려는 항암제 개발의 한 카테고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엄청난 별칭까지 있는 유전자였는지 몰랐다. 순진하게 p53 유전자 복사본을 추가로 넣는 유전자 치료를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저자는 말한다. p53유전자가 말단소체중합효과와 더불어 DNA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p53이 연관된 신호전달체계는 여러 가지로 나뉘기 때문에 기전 연구가 중요하다고 들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매일 쓰고 있는 몸이 얼마나 복잡한 시스템인지, 참으로 놀랍다.온전한 체력으로 살자~
어려서는 크게 아픈 곳 없이 무탈했으니, 그게 건강한 건 줄 알았다. 20대 말미에 건강상의 타격을 크게 한 방 맞았다. 감기약 정도나 받으러 가다가 입원실에 누워 돌이켜보니 난 아프지 않았을 뿐 관리가 철저히 필요한 약골이었구나를 깨달았다. 건강한 정도가 아니라 타고나기를 강건한 사람들을 머리속에 그리며 건강을 헤프게 썼더니 걱정스러운 신호를 보내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였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열심히'와 '의지력' 버프 덕에 딱히 좋지 않은 체력을 소진해보고 나서야 건강에 대한 메타인지를 바닥부터 다시 쌓을 수 있었다. 물론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된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일례로 운동은 10년 전에 평균적으로 더 많이 했을지 모르지만, 극도의 포만감을 느껴야 잘 먹었다 착각하기도 했고 특히 6시간 이하로 자는 날이 태반이었다.
아래는 앞서서 언급했듯이 저자 앤드류 스틸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주는 조언들이다.
1. 담배를 피우지 말자
2. 과식을 하지 말자
3. 운동을 하자
4. 하루에 7~8시간 숙면을 취하자
5. 백신을 맞고 손을 씻자
6. 치아를 잘 관리하자
7. 햇빛을 차단하자
8. 심박수와 혈압을 체크하자
9. 굳이 보충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
10. 장수 약품도 먹을 필요 없다. 아직은!
11. 여자가 돼라
운동은 올해도 여전히 큰 숙제였다. 과거에는 매일할 엄두가 나지 않으니 일주일 2회 각종 운동 (요가, 필라테스, PT, 클라이밍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운동량을 유지했었다. 수업을 통한 운동은 운동을 배우기 위해서는 필수지만, 냉정하게 1시간 수업을 온전히 따라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고, 그 뒤에 따라오는 근육통도 나름 즐거웠지만 지속이 되기 힘들었다. 특히, 운동을 걸핏하면 다른 일에 순위가 밀리게 되는 것을 수백번 경험했다.
그래서 힘빼고 자주 움직이기 위한 방법을 계속 고안 중이다. 요즘은 '계단 수집'하는 중이다. 출근처럼 시간을 지켜야 하는 때 제외하고는 최대한 계단으로 걸어올라간다. 더해서 현재 목표는 헬스장에 주 2회 이상 가는 것을 습관화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체력이 더 쌓이고 시간적 여유까지 가지게 된다면 다시 안 해본 운동에도 도전하고,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렇게 되면 치아만 신경쓰면 되지 않을까 (정말 양치야말로 실패의 연속인 항목이다. )
대충 보아도 저 11가지 조언들은 아주 모범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그래서 이번에도 지나치고 싶을 거란 걸 알지만, 단번에 모두 실천하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두 가지만은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어떨까. 담배를 피하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만은 꼭 실천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1F 책책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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