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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야자키 월드, 수전 네이피어 저> 성덕의 클래스1F 책책책 2021. 2. 22. 00:17반응형
덕후의 끝은 성덕이요,
덕후 중의 덕후는 해외/서양 덕후라더니.
수잔 네이피어는 성덕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책 제목에 떡하니 미야자키 하야오와 나란히 본인의 이름이 적혀 있으니 덕후라면 당연히 행복하고 감격스러울 것이다.
<미야자키 월드>는
진정한 덕후가 집요한 천재의 이야기를 대신 읇어주는 책이다.
영화를 다 보지 못하고 책을 읽게 된 것이 많이 아쉬웠다. 가급적이면 몇 편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너무 여러 편인지라 예고편부터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저자 수전 네이피어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영화를 봤다면 감독의 의도를 같이 짚어볼 수 있을 만큼 은근히 중요장면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준다.
13편이나 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예고편 (혹은 리뷰)라도 찾아보면서 읽게 된 것은 그만큼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글 때문이었다.
읽으면서 되새기게 되는 것은
'천재야말로 지독하게 노력한다. '는 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단함은 책 어느 부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애니메이터가 기본적으로 그림을 잘 그려야 하겠지만, 그것만큼이나 빠르고 일정하게 그려내지 못하면 이런 무수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p.437
1962 (당시 22세)-63년 로봇 소녀를 인간으로 변신시켜 (<걸리버의 우주여행>, 토에이 1965년) 돌풍을 일으킨 젊고 당찬 애니메이터는 장인 정신과 엄격한 자기통제를 통해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작품들을 만들어 왔지만, 일흔 두살이 되자 모든걸 다 내려놓고 싶다고 말한다.
대학을 갓 졸업할 정도의 나이부터 일흔 두살까지 한가지 일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그것만으로도 존경스럽다. 정년퇴직이라는 개념도 많이 사라졌지만, 철밥통이라고 불리우는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도 65세까지 업무를 하는 것은 고되게 느껴하는 것이 보통이다.
<칼리오스트로 >에 대해 38세에 비교적 첫 장편영화를 늦게 만든 편이라고 책에 서술되어 있다. 38살의 시점에 이룰 수 있는 성취에 대해 결코 이르지도 늦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이 때가 진정한 '미야자키 월드'에 있어서는 고작 시작이었다는 점이다.
비교적 비슷한 연령대의 나에게 물었을 때, 아직 모르는 것들이 더 많고 첫 장편영화에 비견될 만한 성과까지 노려보지도 못했다. 도리어 무기력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기에 빠듯하다.
기회가 있었다 하더라도 몇 십년씩 노력해서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가는 장인의 모습에 정말 감탄스러웠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한 번 은퇴하기 전까지 여러번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니, 곁에서 보는 사람은 난감했을지 모르지만 부모님이 은퇴 시기에 비슷한 말을 되뇌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마음은 공감이 된다.
읽으면서 다시 떠올랐던 에디슨의 '나는 1프로의 영감과 99프로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는 어록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들을 때마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싶다.
나우시카가 키워냈던 지하 식물들, https://www.ghibli.jp/gallery/nausicaa020.jpg 강렬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세계관의 확장
원서와 번역본 모두 책의 제목은 '미야자키 월드'다. 책을 펼 때는 의아하기도 했다. 평론으로 모아 책을 낼 때 더 화려한 제목을 짓고 싶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책을 덮을 때는 그냥 이 제목이면 충분했겠구나 싶었다.
흔히 크리에이티브한 직종은 경험이 중요하다고들 인식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려나가는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유년기와 가족에게서 나오는 부분이 많이 있다. 성인이 되고나면 어떤 때는 나의 일부가 아닌 것 같이 여겨지기도 하는 과거의 요소지만, 결국 유년기의 체험과 경험이 얼마나 강렬한가 때문이라고 해석해본다.
41년생의 미야자키 하야오라니...이 시기에 태어난 일본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41년생은 더 절박하고 처절한 시간을 보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한 아이도 마냥 행복한 유년기를 겪을 수 없었을 것 같다. 단지, 미야자키는 섬세한 감수성으로 유년시절의 기억을 곱씹고 발전시켜서 자신 만의 세계관을 쌓아나갔기에 조금씩 다른 메세지를 담아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많은 작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p.45.
내가 직접 들은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들었다고 착각하는 것인지 몰라도, 같은 마을에 사는 여자가 어린 소녀를 안고 우리에게 뛰어와 "저희 좀 태워주세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우리 차는 그대로 가버렸다. "저희 좀 태워주세요!" 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그때 일은 마치 트라우마처럼 어느새 내 머릿속에 뿌리박혔다. (1장. 하메츠 중)
군수업 관련 공장을 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덕에 풍요롭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그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트라우마처럼 남았고 이후 환경에 대한 경고를 하는 것으로도 이어진듯 하다. 또한, 오랫동안 아팠던 어머니의 모습이 어린 미야자키에게 슬픔과 불안도 주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작품에 강인하고 모성을 보이는 여러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냉소적인 것 같은 그가 너무나 아름다운,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한 증거라고 생각된다.
가오나시가 평온해보여서 좋아했더 장면, https://www.ghibli.jp/gallery/thumb-chihiro044.png 읽기 어려웠던 이유
일차적으로, 관심있는 분야의 도서는 아니였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정도를 개봉에 맞춰 보았었다.
이 책은 한 분야의 모든 것을 다 담은 리뷰 논문을 연상 시켰다. 저자의 평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게... 버겁기는 했다. 아마도 지식을 필요한 것만 발췌해내려는 나쁜 습관 덕분에 더 집중이 안되었던 것 같다. 전체를 다 읽다보니 역사책 읽듯이 어딘가 더 중요한 부분이 있나 싶어서, 뭔가 남는게 없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처음에는 들었다. 하하하
그리고 책의 소재가 애니메이션 영화 라는 점이었다. 독서량이 적었을 때는 몰입하기에 소설이 더 좋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내용도 꼼꼼히 보아야 하고 감상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픽션이 점점 더 어려운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장편을 10편 넘게 다루고 있다니... 난 미야자키에는 입문도 안한 상태인 것은 확실했다.
마지막으로 읽기 전부터 미야자키라는 애니메이터의 연대기를 읽는다는 것이 버거울 거라는 예상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느낌이랄까... 수능 전국 수석자에게 비결을 물었을 때 내심 비법 하나라도 들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전 주100시간 이상 공부했습니다. ' 같은 교과서적인 답변을 듣고 '내가 이럴 줄 알았다고! 그걸 못하겠다니까!!' 라며 발을 쿵쿵 구르고 있을 것 같은 상상이 되었다.
쉽게 말해서, 그냥 못나서 조금 읽기 싫었다. 쓰다보니 읽으면서 비슷한 느낌으로 읽다 내려놓고 싶었던 책이 이국종 교수님의 <골든아워 1,2권>이었던 것 같다.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들의 모습을 읽는 것 조차 ... 어려웠다 진심.
내가 받아들여야 할 점
리뷰 페이퍼를 읽어야 한다.
네가 힘든 것은 그저 몰라서 일 뿐인데,
단순한 사실이 답답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더 진척이 없었다.
지금 업무상 마침 다른 분야의 리뷰 논문을 자꾸 찾아보게 되는데 이해도가 낮으니 몇 번을 깨작거리다 한 쪽에 켜켜이 쌓이고 있다. 결국 볼꺼라면 조금 비장한 마음으로 지브리 ost를 들으며 다시 읽어봐야겠다.
좋은 정보 하나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상식 수준'에서 이미지를 사용해도 좋다고 공개한다고 한다.
정말 상식이 통하는 시대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동시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의 한 컷을 마음 편히 넣을 수 있어서 좋다.
'지브리스튜디오 홈페이지'
https://www.ghibli.jp/info/013344/
今月から、スタジオジブリ作品の場面写真の提供を開始します - スタジオジブリ|STUDIO GHIBLI
今月から、スタジオジブリ作品の場面写真の提供を開始します。 今月からスタジオジブリ全作品の場面写真を順次提供することになりました。今月は、新しい作品を中心に 8作品、合計400枚
www.ghibli.jp
YES24
미야자키 월드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전 세계에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탄생했을까?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그의 인생을 통해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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