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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사피엔스의 멸망, 토비 오드] 세계관의 확장이 필요하다
    1F 책책책 2021. 8. 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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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명료하다.

     

    목차만 봐도 무얼 말하려는지 알겠다.

     

    1부 이해관계에서는 역사 속에서 전례 없는 순간인 시대임을 알려주고 전지구적, 전인류적 도덕적 각성이 필요한 이유를 분석한다. 2부 위험 에서는 원래 인류의 터전인 지구가 가지고 있는 자연적 위험과 스스로 자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인공적 위험, 그리고 점차 다가오고 있는 미래의 위험까지 살펴본다. 3부에서는 위험을 비교할 도구와 새로운 해결 전략을 논의한다고 한다. (19쪽 참조)

     

     

    그런데 정말 어려워서 못 읽겠다.

    ㅎㅎㅎㅎㅎ

     

     

    한글로 번역이 되어 있는데, 겁도 없이 들어봤다가 정말 혼쭐이 났던 라틴어 교양 수업이 생각났다.  

    빅히스토리 관련해서는 읽은 책이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 뿐인 것 같아서 그 때 어떻게 서평을 쓴 건지 돌아봤다. 

     

    오히려 그 때는 벽돌책을 다 읽었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며 알게 된 것에 즐거워 하고 있었다. 

    책 읽는 속도는 약간 빨라졌지만, 서평을 만족스럽게 쓰려면 중간에 책 내용을 정리하는 환경설정이 추가 되어야겠다.  

     

     

    그래서 알게 된 것: 세계관의 확장이 필요하다 

     

     

    저자는 인류의 엄청난 잠재력을 믿는 사람이다. 문명의 70억 (헐 이제 70억인가...) 외에 수조의 미래인까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어마무시한 고민을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의식 저반에 깔려있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약간 딴 소리 같지만, 준거집단이 좁아질 수록 사람들은 취약해진다.

    내가 알고 인식하는 집단 안에서만 사고하고 생활할 수록 사소한 문제가 중요해진다. 극단적으로 히키코모리라고 하는 1인 준거집단이 위험한 이유가 그거다. 약간 넓혀서 직장, 회사 내에서 주로 대면하는 사람들과의 세계 안에서만 살면 여전히 위험할 수 있다. 형성되어 있는 관계 아래에서는 새로운 이야기 없이 매일 했던 이야기, 알던 이야기 내에서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매일 지금 급한 일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벗어나고 싶어서 독서모임 씽큐온에 참여하는 것도 있었는데, 깜박하고 익숙함의 함정에 빠졌던 것 같다.  

     

    한참 자랄 때 '글로벌'로 나아갈 때라고 뉴스에서 많이 강조하던 것이 기억난다. 다 자랐음에도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되지는 못한 것 같지만, '사람은 생각한 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라는 자기 암시를 셀프 주입하는 중이다. 자기 암시 수준이지만, 관점만 바꾸면 전세계, 전지구적을 훌쩍 넘어서 과거-현재-미래의 지구인적 관점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가장 넓은 스펙트럼을 제안해주는 책이었다는 점에서 감사할 따름이다. 책에서는 미래에 다가올 위험에 대해 주로 이야기 했지만, 궁금한 마음에 과거 5번의 대멸망에 대한 것들도 찾아보면서 역사 지식 제로인 내가 5만년의 인류 역사를 넘어 4억 4500만년전인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멸망까지 귀동냥하게 해주었다.  

     

    다음은 유명하지만 역시나 손도 대지 못했던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곰브리치 세계사>에 나오는 문구라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말에 탄 나팔수가 마을에 나타나 "여러분,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하고 알리며 다닌다면 얼마나 근사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사고를 바꾸고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불현듯, 낡은 노트를 펼쳤을 때처럼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하고 말한다. 게다가 종종 "엣날 사람들은 어리석었어" 하고 덧붙인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야마구치 슈의 <뉴타입의 시대> 의 에필로그 '의미없는 일을 하는 자는 반드시 무너진다' 중에서 발견했다. 저자인 야마구치 슈는 전환기에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개개인의 사고와 관점이 점차 뉴타입으로 업데이트 되어 가면서 20세기의 낡은 가치관과 노동관을 벗고, 의미 있는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위 문구를 인용했다. 

     

    토비 오드와 야마구치 슈의 이야기를 합쳐보면, 점차 새롭게 사고하는 새로운 시대를 살 지구인으로서 이제는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미래의 지구인을 위한 고민까지도 같이 해보는 찐 글로벌한 사람이 되어보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나름 괜찮지 않은가 싶다. 

     

     

     

    그외에 알게 된 것들 

     

    (+) 두번째 

     

    '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4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은 절멸 수준의 위협은 아니였다. (159쪽)

     

    벌의 절멸에 대한 다큐도 봤던 것 같은데, 그 때도 벌 하나로 인류 멸종의 위기가 올 수 있나라는 의심은 되었지만

    의심해도 사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는데 궁금하던 내용이라 책 속에서 발견하고 너무 반가웠다. 

     

     

    (+) 세번째 

    인류의 존재위험은 결국 복잡계의 문제다. (261~265쪽)

     

     

    작은 위험이나 중간 크기의 위험을 해결하도록 진화한 현재 수준의 직관과 제도에 기대서는 대응을 할 수 없다.

    단 한 번이라도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이기에 필요한 건, 사후조치 아닌 선제조치다.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위험을 어떻게 예측하고 정량화하고 이해하고, 심지어 준비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 

     

     

    구체적인 위험 요소 이전에, 우리는 70억 인구가 만들어 내는 복잡계 안에 살고 있고 있기에 설명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범위 밖까지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히어로물에서도 끊임 없는 위협에 대응하는 걸 보면, 진지한 책으로 이해가 안된다면 SF물을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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