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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전념, 피트 데이비스 저] 전념은 모르겠지만, 축적합니다
    1F 책책책 2022. 1. 24.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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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념'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쓰기 시작해봅니다.
    막막할 때는 시작이 반이니까요.

     

     

     

    전념이란 대체 무엇인가??? 

     
    아리송함에 정말 물음표가 지워질 줄 몰랐다. '집중' 같은 건가? 

     

    (p 25) 전념하기의 영웅들은 매일, 매년 꾸준하게 시간과 노력을 쌓아 스스로 극적인 사건 그 자체가 된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용은 일상이 주는 지루함, 다른 방도 기웃거리고 싶은 유혹, 그리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불안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결단의 순간은 칼을 꺼내서 용에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정원을 가꾸는 일에 가깝다.
    The Heroes of the Counterculture of Commitment ㅡ through day-in, day-out, year-in, year-out work ㅡ become the dramatic events themselves. The dragons that stand in their way are the evryday boredom and distraction and uncertainly that threaten sustained commitment. And their big moments look a lot less like sword-waving like and a lot more like gardening. 
     
    매일의 정원 가꾸기 같은 것이라니, 알듯 말듯 참 정의하기 어려웠다. 
     

     

     

    나는 전념을 해보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들을 법한 당연한 물음임에도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도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 시민, 애국자, 건축가, 관리인, 장인, 동료의 유형- 여러 전념하기의 영웅들을 보면서 그들은 너무 위대해 보였다. 앞선 정원 가꾸기의 비유처럼 (실제로 그러한 사람도 있기도 하고) 소소해 보이는 전념도 있었지만, 그들은 정말 충분히 오래 지속해왔다. 그 묵직함이 느껴져서 도무지 오랫동안 전념한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끄적여보아도 이 정도랄까. 

    - 동아리에 가입하고나서 공연을 위해 팜플렛 제작, 조명 대여, 음악 편집, 소개 영상 제작, 의상 소품 구입, 무전기 대여, 교내 공간 대여 등에 집중하느라 학업에 소홀했던 기간 ? 
    - 처음 10k 마라톤에서 조금 좋은 결과를 내보고 싶다고 방법을 찾아보면서 걷뛰부터 시작했던 그때. 귀가해서 밤에 한강변을 뛰고, 주말 더운날엔 바보 같이 썬크림 없이 새카맣게 탔던 그때??
    - 플래너 사용법을 배우고 체험하는 무료 코스를 완주한 것? 
    - 3개월 간의 온라인 영어 수업을 수강과 과제를 완수해고 일부 환불받는 일?? 
    - 대학원 졸업 전에 여유로운 시간대에 기계를 쓰려고 매일 막차와 택스를 반반 타면서 논문을 쓴 일. 졸업에는 당연한 일이었던 그일 ???

     몇 개월 정도의 몰입의 순간은 있었지만, 대체로 무한탐색의 산 증인이었다. 오죽하면 하나의 전공을 깊이 파야할 대학원을 다녔어도 깊이를 만들지 못했다. 취미도 여러 가지로 흩어져 쓰지 못한 채 재료만 모아놓은 것도 한 상자다. 내가 이리 결정장애-아노미-피상적인 주류문화에 속한 인간이었다니... 영화 [인셉션]을 보며 림보에 빠져있던 주인공들을 안타까워 했지만, 해방-헌신의 림보의 오랜 주민이었다.   


    그럼 왜 전념해오지 못했는가? 

    사실, FOMO란 표현을 처음 들어보았다. FOMO란, 'Fear Of Missing Out' 을 줄인 말로 이도저도 고정되지 않고 새로움을 찾아 헤매이는 액체근대의 무한탐색모드가 불러온 신조어다. 저자가 무한탐색모드의 장점으로 '융통성, 진짜 자아 찾기, 새로움'을 꼽았듯이 분명 과거에 어떤  환경에 있는지에 따라 삶이 정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발전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성장형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는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나의 신조가 없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으로 FOMO가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개인만 그러는 게 아니다. 기업들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포모 사피엔스]의  저자 패트릭 맥기니스는 매일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일제히 NFT, 가상화폐, 메타버스 전략을 짜는 이유도 결국은 FOMO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그 기업들에서 일하는 조직의 구성원들도 셀수 없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무언가 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직장에서는 '유대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쉴새 없이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우린 두리번거리고 있다. 



    우리 나라는 특히 빠른 인터넷 속도를 기반으로 SNS문화가 발달했다. SNS를 많이 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로 스트레스 받고, 반대로 온라인에 적응을 못해도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않아 괴롭고 물건 하나 사는 것조차 타격이 크다. 누가 보아도 열심히 살기로 유명한 한국 사람들은 더욱 뒤처질까 두려워하고 FOMO에 빠지다 못해 걸핏하면 '국민-'이라는 말도 안되는 접두사를 붙이면서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얼마전 투자에 관심 많은 직원이 미국 주식도 한다기에 어차피 자는 시간인데 예약 매매를 걸면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상황을 보면서 주문을 해야 한다며 자는 동안에도 신경쓰인다는 말을 남겼다. 24시간 매매 가능한 코인에 빠져있다는 한국인들의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왜 아직도 잠에 대한 FOMO는 없는 것인가. 다행히, 더이상 보고 싶은 것이 없는데도 핸드폰으로 무언가 찾고, 졸린데도 티비를 끄지 못하는 것은 호르몬과 몸무게가 폭발했던 임신 기간을 최후로 이별을 고했다. 그렇다고 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지만 정말 '자발적 고립'에 빠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스스로를 진단해보자면, FOMO에 대한 설명이 이해는 가는데 왜 지금까지 전념하지 못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에는 잘 적용이 잘 안되었다. 승부욕이 부족한 성향인지 몰라도 FOMO로 고통받으며 찾아다니는 탐색보다도 다른 측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패트릭 맥기니스는 FOBO(Fear Of Better Option)라고 표현했고, [전념] 에서는 무한 탐색 모드의 융통성이 빚어내는 '결정 마비' 혹은 미래의 예측 불확실성 때문에 잘못된 것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피트 데이비스가 말했던 상태에 더 사로잡혀 있었다고 소심히 결론 내려본다. 수많은 방과 복도 사이에서 방황하던 나는 결국 한번 세게 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다. 무언가 쫓기는 듯 미래에 대한 설계도 없이 매일을 열심히만 해보려고 하다가, 입원, 결혼, 이직, 아이, 경력단절이라는 나름 큰 일을 연속적으로 겪었다. 

    하지만 비로소 멈춤이 왔을 때 조금 '전념'에 다가갈 수 있었다. 
    아이의 엄마가 되고 정말 아이만 돌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제대로 엄마가 되기 위해서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지만, 감정노동이라는 양육의 시간을 눈만 뜨고 바라만 보는 아이에게도 충실하려고 애썼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을 괴로웠지만, 어느 순간 핸드폰 속에서의 무한 탐색 대신에 책 속에 답이 있을 거란 생각으로 조금씩 양육에 관련된 책을 시작으로 제대로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 했던 이유식 레시피와 추천 육아용품의 메모와 뒤섞여 있는 한 두줄의 필사가 혹시 내 나름 '전념'의 시작이라면 시작일 것 같다. 이 또한 대단할 것은 없다. 아마 대부분의 가정들의 엄마 혹은 아빠들이 가정에 전념해왔기에 지금 세상이 굴러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여전히 철없는 딸과 사위 손주까지 보듬느라 바쁘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책 속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고에이테크모홀딩스 회장 (KOEI) 인 에리카와 게이코도 나에게는 가정과 일에 전념해온 영웅으로 느껴졌다. 
     게이코 회장은 디자인 전공, 남편인 요이치 사장은 경영학 전공으로 게임과는 인연이 없었는데도 고에이를 세계적으로 키운 여성 경영인이다. 여성이기에 우수한 여성 인재를 놓치는 것을 아쉽기에 출산 육아 지원제도를 잘 갖추었다고 한다. 또한, 육아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 원한다면 일거리도 만들어주고, 육아 후 복직도 환영하며, 경력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예전과 다르게 일하는 방식이 달려졌으니 회사라는 틀이 어렵고 자금이 없다면 차라리 창업을 하라고 말한다. 부부 생활도 경영이니 조금씩 타협하며 역할분담을 확실히 하고 서로를 존중하라 조언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마지막 말에서 가정과 일에 '전념'한 건축가이자 동료라고 평할만 하다. 나 혼자만 할 것이 아니고 우리의 가정도 같이 성장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램이라 더 와닿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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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엉뚱한 이야기 보태보자면, 
     이제 핸드폰에 플레이 하는 유일한 게임이 영어 단어 퀴즈 앱인 '영어독립'이다. 그 외에 더이상 게임류는 설치 하지 않음에도 다음 기계에도 '대항해시대'만은 다시 깔아둘 앱 중 하나다. 가장 빈약한 '역사'라는 영역에 쉽게 조금이라도 접근하게 해주었던 게임이다. 플레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에서의 지리, 실존했던 모험가들의 정보를 조금씩 익힌 것이 다른 책에서 언급될 때의 재미가 쏠쏠하다. 

     

    전념은 모르겠지만, 축적합니다.

     

    일단 이 부분을 쓰고 있는 순간은 ...
    아주 번잡한 키즈카페 안이다.
    (결국, 인용구 추가와 수정에 업로드에는 시간이 걸렸다) 
     
    올해는 무엇이든 자잘하게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여러번의 완성을 만드는 걸 우선으로 하자고 했고, 그 결심을 처음 적용할 서평이니 꼭 오늘 안에 마무리 하자고 했는데... 정말 아슬아슬해보인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혼자서 아이와 단 둘이서 키즈카페에 와있다. 저 멀리서 아이는 벽에 볼풀공을 던지느라 정신이 없다. 다른 아이들도 함께 소리지르는 건 마찬가지다. 여긴 사랑스러운 눈으로 놀아주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부모들 반, 지친 기색으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나 아예 좋은 자리 차지하고 잠드신  육아 전쟁의 사상자들 반이 뒤섞여 있다. 물론, 나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두툼한 겨울 외투를 아이것 까지 끌어안고, 이미 동이 난 핸드폰은 보토 배터리에 수혈 받는 중이고, 나쁜 주인은 그마저도 기다리지 않고 무릎 위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올려놓고 신들린 연주를 하는 중이다.
     
    아, 정말....
    바쁜 꿀벌은 슬퍼할 새도 없다더니 오직 오늘 하루 완성을 위해 일단 쓴다.
    왠지 갑자기 유투브 하시는 강과장님이 생각나는데... 멀고도 가까운 온라인 세상에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꽤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다. 그럼에도 현명하게 대처하며, 꿋꿋이 절약하고 열심히 생활하지는 모습을 보면 힐링이 된다. 그래서 깊이는 초능력이라는 거겠지. (The depth is superpower.) (p. 206-214) 전념하는 분들은 언뜻 보기에는 애쓰지 않는 고요한 바다처럼 보이는데, 아직 난 엄청 티내면서 필사적으로 노력 중이다. 

     

    (p. 207) 깊이 파고 드는 것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어째서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힘들기 때문이다. 깊이와 결과는 비례해서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다. 대부부은 기하급수적으로 나타난다. 그동안 내가 뿌린 씨앗을 결실을 마침내 거둘 수 있는 변곡점에 도달하려면, 오랫동안 힘들게 노력하며 기다려야 한다. 
     If going deep is so great, why don't we do it all the time? Because it's hard. Often, depth doesn't work linearly ㅡ it works exponentially. You have to wait a long time, toiling away without results, to get to the inflection point where you can finally reap what you sowed. 
     
    혹시 이런 하루들이 모이면 '전념'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앤 라모트가 '인류를 표현할 수 있는 두 가지 위대한 비유 중 하나가 정원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하나는 당연히 강이죠)'고 한다. (p.314) 정말 자신 없는 일 중에 하나가 식물을 키우는 건데 인류의 헌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위대한 표현 중 하나가 정원이라니... 살짝 자신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하루 깜박한 것 같은데 퍼뜩 정신차리고 가보면 이미 살아날 수 없을 정도로 메말라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드물지만 설마하면서도 다시 뿌려준 물 한 컵에 신기할 정도로 되살아 난 경험도 있었다. '흐뭇한 풍요로움'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을 상상하며 믿음을 가져아 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현재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 함께 하기에 난 더 쉽게 '전념'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 같지만, 개인에서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주변에도 좋은 방향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여전히 전념은 확실히 모르겠지만, 해방된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 나의 과거를 한 번 더 돌아보는 것은 큰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아이를 돌보면서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는 고통스러움이 컸고, 후회스러움을 결정으로 연결하기가 어려워서 '해방감'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모든 의미는 지속할 수록 축적된다" 라던 다큐멘터리 제작자 켄 번즈의 좌우명(p. 225)이 깊이 새겨지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키즈카페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순간까지 재미난 추억이 될 날을 위해 '전념'에 가속도가 붙도록 축적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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