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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 4시] 깊은 터널 밖으로 나오게 해 줄, 그 반짝이는 시간1F 책책책 2022. 2. 4. 06:16반응형
4시^^ 한줄평: 현재까지 읽은 책 중 내가 상상해왔던 성장하는 엄마의 자기계발서에 가장 가까운 책
'엄마'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늘 관심가는 주제이다. 때로는 수다 떨듯이 때로는 위로받는, 일상이 녹아서 가벼운 것 같지만 또다른 엄마의 세계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책들은 아주 좋은 대화상대다. 이번에 발견한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 4시>는 성장하는 엄마를 만나는 반가움과 좋은 선배님을 만난 듯한 감격으로 읽은 책이었다.무엇보다 그녀는 실천으로 스스로를 일구어 온 사람임이 절실히 느껴졌다. 아이를 낳은 뒤에 엄마이자 나라는 자아도 키워내기 위해서 고민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 마치 백과사전처럼 담겨있었다.책을 받아서 넘겨보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습관'에 대해서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점이었다. 할 엘로드가 썼던 <미라클모닝>이 한국에 나온 것이 2016년인데, 최근에 미라클모닝이 또다시 유행하는 느낌이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가끔은 꼭 아침이 아니어도 되고, 꼭 새벽4시, 5시가 아니어도 되는데 뭔가 본질을 놓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저자는 왜 새벽에 일어나고 싶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에 보태어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해준다.p. 79
... 습관의 특성은 애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힘을 이용한 습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해빗>의 인용) <우울할 때 뇌과학>에서는 습관을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는 행동'으로 설명한다.습관을 만들었다면 그 다음 단계에서는 '루틴'을 만들 차례다. 습관이 각기 작은 하나의 행동들이라면, 그것들을 2~3가지를 연결해가기 시작하면 행동 패턴이 되고 자동적으로 되는 지점에서 비로소 루틴이 완성된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서 습관 형성은 핵심 습관 (Keystone habit)을 바꾸면 그 밖을 모든 것을 바꾸거나 추가하기가 쉽다고 말한다. 저자의 경우에 고전 필사가 있었고, 나 또한 제대로 독서하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체험하기 시작했다.자신이 되고픈 미래를 문장으로 쓰고 실천을 누적해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김미경 선생님이 '꿈은 명사 아닌 동사'라는 이야기를 하신다. 그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저자는 '명사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따라 루틴을 정했다고 한다. '명사의 함정'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쓴 <적정한 삶>에서 언급한 내용(p. 89)으로 명사로 하는 표현은 신속하게 판단하게 도와주지만, 편견에 갖히게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엄마의 꿈도 '동사'로 써야 한다. 이제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명사니까. 내가 무엇이 될지보다는 '독서하고 기록하는' 내가 계속 변하고 성장해 갈 거란 믿음이면 충분하다.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에서 글쓰기 내공와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다. 독서와 필사를 바탕으로 온라인 모임과 강의를 운영한 경험이 온전히 녹아있었다. 많은 책의 독자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언젠가는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엄마로서의 나에 대해 처음 글로 써보려고 했을 때는 잘 쓰는 것은 고사하고 자꾸 과거에 대한 후회, 반성들이 튀어나와서 쓰다가 지우고 긋고 얼룩덜룩하기 그지 없었다. 당연히 첫 술에 배가 부를리는 만무하지만, 다시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그런데 저자는 엄마가 싫었다는 어려운 고백조차도 담백하게 써내려간다. 엄마가 나를 놓지 못하는게 아니라,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마음이 엄마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토지>의 마지막 부분의 문장처럼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 저자는 진정한 독립을 해냈다고 말한다.오랜 인정투쟁인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몸부림들도 부모에게서 온전히 독립해가는 과정의 단면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물리적으로 부모 곁을 멀리 떠나본 적이 없이 자라면서 어느 순간 편하기보다 갑갑했었다. 이런 마음이 못된 이기심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도닥여주는 저자의 말과 표현에 감탄하고 또 위로받았다.필사한 내용들 중 정말 아름다운 문구와 여러 자기 계발서와 심리에 대한 적절한 인용이 배치되어 있다.그동안 나를 다듬어 오며 만났던 메타인지, 습관 형성, 루틴의 힘, 마음챙김 등의 내용이 모두 배어 있어 읽는 눈이 즐거웠다. 더불어 한동안 읽지 못했던 문학 작품들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또 같이 읽고 있는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가 생각이 나면서 올해는 아름다운 글도 많이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p.31
우리 집에는
닭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 달라 울어서
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 시계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 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
-윤동주 <애기의 새벽>
p. 36
"사람은 자기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못할수록 관습에 점점 강하게 지배되는 것이다. " - 톨스토이
p. 126-127
텍사스 대학교 아트 마크먼 교수는 '메타인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지식이 있다. 첫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이다. (암묵지) 두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이 있을 뿐 아니라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다.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만이 진짜다. 이것은 내가 제대로 쓸 수 있는 지식이다. "
이런 메타인지를 길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하기'다. 아이의 말을 경청하되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자.
p. 183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 된다는 것을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마야 안젤루 <나는 배웠다> 중에서
p.210
"또 그 덕분에 에픽테토스의 어록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자신이 가진 필사본을 나도 필사하도록 허락해주었다"
-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만약 그 규모와 목차 외에도 또 뽑아야 할 게 있으면 별도로 책을 만들어 좋은 글이 있을 때마다 기록해 두어라.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 곳이 있을 것이다.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결국, 사람이었다.독서와 필사, 그리고 책 출간 사이에 온라인 모임이란 과정이 왜 있었을까. 그 과정이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 온라인 모임에 참여자이지 아직 주최자가 되어보지 못한 입장에서 갑자기 궁금했다. 함께 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습득했지만 어떤 마음이 처음 사람들을 모으게 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내가 잘하는 분야는 이제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나 어려울 것 같은 랜선 모임의 운영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의 목표 달성을 인증하기 이전에 앞 사람들의 응원과 칭찬의 메세지를 남기는 행동은 서로에게 행복감을 전염시키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여기까지 매우 공감했음에도 모임의 참가자가 자신만의 새로운 모임을 만들기 위해 그만 둔다는 것에도 기뻤다는 저자의 말이 처음에는 생경하게 들렸다. 내게 맞는 모임을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고 그 변화가 지극히 당연하고, 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온 맘으로 응원한다는 모습에서 놀라움을 느꼈다. 더욱 적극적으로 같이 성장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걸 알았다. 아마 머리로는 알았을지 몰라도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을 깨닫게 된 느낌이었다. 담긴 내용들도 좋았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참 편안했다.결국, 난 저자의 따뜻한 마음, 선한 영향력에 반했던 것 같다.대화하다보면 기승전'독서'로 연결짓는 버릇이 생긴 내가,어떤 주제의 강의여도 기승전결 '엄마의 성장'을 말한다는 저자 지에스더와의 만남은 즐거우면서도 뭉클한 시간이었다.깊고 끝나지 않는 어두운 터널 안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또다른 엄마에게 꼭 전하고 싶은 책이다.마지막으로 좋았던 많은 인용구 중에서도 정말 사랑스러웠던 문구를 읊으면서 마무리해본다.
"Keep Working on love"
계속 사랑을 연마하게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의 스승인 챙이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나단에게 남긴 말 (p. 257)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4시 - YES24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답은 지금 당신의 루틴에 달려있다.이 책은 저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3년 8개월간의 ‘미라클 타임’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암담했던 저자의 육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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