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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앵거스 플레처 저 ] 시크릿이 알려주지 못했던 비밀1F 책책책 2022. 2. 13. 22:07반응형
1 마야 안젤루를 알았다
나의 기준에서는 새로운 '발견'이었지만, 마야 안젤루는 버락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영적인 기둥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삶에 대해 짧게 소개된 글을 읽기만 해도 그녀를 거의 마지막에 알게 된 사람이란 게 너무 자명했다.첫 만남은 최근 읽었던 <남다른 방구석, 엄마의 새벽 4시>에서 였다. 그녀의 <나는 배웠다>라는 시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아서 서평을 쓰면서도 기록으로 남겼다. 너무 많아질까 넣지 않았지만, 여러 책을 필사 했던 저자의 그 책에서 마야 안젤루의 흔적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때 인용문 만으로는 누군지 잘 몰랐지만, 분명한 건 말에 울림이 있는 사람이었다. 추측이지만 따뜻하고 강한 엄마일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고 누군지 궁금해지고 있었다.<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도 동시에 읽고 있었지만, 한창 <햄릿>에서 찾을 수 있는 '슬픔 해결사'에 빠져있었다. 슬픔을 덜어내고 그 다음에 어떤 장을 읽으면 좋을까 목차를 다시 폈을 때 비로소 마야 안젤루의 목소리가 들렸다."옳은 일을 할 때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야. 네가 하려는 일이 옳다면 생각하지 않고서도 저절로 하게 되니까. "
그녀가 여기 있었다.앵거스 플레처가 쓴 이 책은 한권이 마치 도서관과 같다. 책을 접할 수록 그 소재와 주제가 어떠하든 목차와 구성이 탄탄할 수록 감탄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첫 눈에는 두꺼움에 놀라지만 한 장씩 넘길 수록 그 구성에 놀라게 될만큼 구성이 완벽해보인다. 저자가 엄선하여 꺼내어 놓은 25개의 발명품(사실 수백가지의 발명품이 있다고 한다)은 인류가 가져왔던 많은 존재론적 질문에 답해온 흔적이다.문학을 비롯한 모든 픽션을 접하면서 문학의 자구(字句)에 집착하고, 텍스트 상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런 시도는 수능 언어영역 문제를 풀던 이래로 늘 실패였다. (내가 느끼는 것과 문제로 푸는 것이 가장 다른 게 언어 영역이었다. ) 앵거스 플래처는 그보다는 플롯과 캐릭터, 스토리의 기본 내용에 집중하고 각 요소의 심리적 효과를 느끼는데 집중해보라고 한다.문학적인 글의 기능적인 면에 대해서는 고작 클라이막스, 카타르시스 정도 생각해본 무지랭이로 오랫동안 문학은 미루어 놓았었다. 그런 나에게 어떤 감정적인 효과를 느꼈는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의식이라는 '뇌 스캐너'를 이용해서 충분히 그 효과를 추적하고 숨겨진 독창적인 발명품을 찾아내는 연습을 거듭하여 숙달될때 까지 연습하면 연습하면,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거리고 말하면 도와주는 상냥한 문학 선생님이다.접해보지 못한 여러 책과 심지어는 드라마까지 언급하는 대목에서 마냥 어지러운 순간에도 길을 잃지 않게 해준다. 왜 이 발명품이 중요한지, 어떻게 우리 뇌에 작용하는지, 어떤 작품을 접하면 직접 활용해볼 수 있을지 스스로 미로를 헤쳐가는 길을 보여준다. 무수한 책들이 꽂힌 서가 사이를 오래된 종이 냄새에 홀리듯 걷다가도 십진 분류표 표기를 보면 본래 찾으려던 책이나 분야를 발견하기 쉬웠던 것 같이 도서관을 여행하는 느낌의 책이었다.2 뇌와 자기확인:
자기가치를 인정하고, 가장 눈부신 자기를 완성하라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이 가장 독보적인 부분은 신경과학과 문학을 접목해서 그 효과와 효능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이다. 저자인 앵거스 플레처는 너무 전형적인 폴리매스의 표상이다. 그 중에서 굳이 분류하자면, 문학의 발명품을 지켜낸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폴리매스 지식인 유형이라 보면 되겠다.폴리매스 지식인이란 서로 무관해 보이는 다수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학자들 내지는 각기 다른 영역의 지식을 종합해서 둘 이상의 학문에 크게 공헌하는 사상가를 말한다.
<폴리매스> p.96:: 아리스토텔레스, D.D. 코삼비,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 나시르 알딘 알투시, 존 러스킨, 아난다 쿠마라, 아이작 아시모프,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토머스 브라운, 미셸 드 몽테뉴, 레오 톨스토이, 올더스 헉슬리, 움베르토 에코, 알 마수디, 윌 듀런트, 제이콥 브로노우스키, 등주체자로서의 자기(自己 , self)에게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기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성공과 거대한 실패를 번갈아 겪는 사이, 우리는 쉽게 죄절하게 된다. 이런 때에 어른들이 나누어주는 지혜는 본래 의도와 다르게 자기 신뢰와 함께 용기까지 꺾어버리기도 한다. 그보다는 내적 신념을 지지하며 외적 행동을 개선하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방식으로 도와주는 '자기가치 확인 (affirmation of our self)'이 앞으로 나가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자기가치 확인은 self 가 아닌 타인의 지지와 응원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자기 확인 (self-affirmation)'과 구분을 위한 표현이다.
사람은 개인의 핵심 가치를 칭찬 받으면, 우리 뇌의 두정영역과 복측선조 영역을 활성화된다. 두정영역 (parietal zone) 은 자기에 대한 정신적 표현과 관련된 곳으로 대뇌피질의 한 영역인 두정엽에 위치한다. 흔히, 두정엽은 언어의 뇌로 불리우는 곳으로 여러가지 감각을 정보를 받아들여 그를 분석한다. 두번째로 활성화 되는 복측선조 영역 (ventral striatum zone)은 중독 (addiction) 관련해서 많이 언급되는 영역으로, 대상에 대한 평가 및 보상 체계와 관련되어 행복 또는 쾌감과 관련이 높다. 동기의 원천과도 연관된다고 하는 이 부분과 두정 영역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자신의 핵심가치를 다시 새기고 보다 의미 있는 행동의 변화를 이루어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행동을 변화를 이끌어내고 지속할 수 있도록 우리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조언을 하나 더할 수 있다.
새벽마다 당신 자신에게 말하라.
"나는 오늘 이기적이고 계략적이고 약탈적인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선량함과 그 선량함의 미덕을 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어떤 것도 나를 해칠 수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 추한 짓을 행하는 자들을 사랑할 것이다. "
(P.555)바로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우리의 핵심 가치를 말함으로써 확인하는 이른바 '자기가치 자기 확인 (self-self-affirmation)'이라는 행동이다. 그런데 혹시 이 방법이 익숙하게 들리지 않는가?3 시크릿이 알려주지 못했던 비밀
자기계발서 분야에서 유명세를 높게 탄 <시크릿>(2007)은 유독 거부감을 가지게 하는 책이었다. 책이 장기간 베스트셀러로 팔린 뒤에, 특정 종교서적이니 하는 말도 있었다. (사실 유무는 잘 모르겠다) 결국 호기심에 읽어는 보았지만, 기록도 남기지 않았던 그 책은 정말 '끌어당김의 법칙'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지면을 사용했다는 느낌 뿐이었다. 그 책 자체는 나에게 큰 감흥이 없었지만, 이후에 여러 번 떠올리게 되었다. 존경할만하고 존경스러운 몇몇 사람들이 '자기확언'을 말하거나 써서 새기는 것이 성장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할 때 마다 '자기 확언'의 정의가 무엇인가 고민 되었다. 언뜻, <시크릿>과 비슷하게 들리기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그 책의 끌어당김의 법칙과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 확언' 사이에 명확한 구분점이 있기는 한 걸까?우선, 왜 거부감이 들었는가를 회상해보았다.<시크릿>에서는 그 법칙이 성공하게 만든 사람들의 사례를 나열했지만 공감이 되지 않았고, 절대적으로 실천이 없이 선명하게 그리기만 하는 것으로는 무언가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얼마 전 신영준 박사님도 '콩자반'에 빗대어 찰진 비유로 설명해주신 적이 있었다. 이루고 싶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좋은 영향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미래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 찰진 비유를 들으면서 또다시 <시크릿>에 대한 질문은 계속 나올까가 궁금해졌다.어떤 책을 읽을 때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책의 주장을 따라가거나 반박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답을 냈다가 틀릴까 싶어 꼭 찝어 정답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물어보았을 거다. 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확신이 부족하고 답이 아니면 멀리 돌아가게 될까, 잘못 가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게 어떤 자기계발서에서 해야한다고 하는 것들 중 가장 쉬워보이기도 한다.그런데도 상대적으로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기에 그 질문을 하게 되었을 테니 알고자 하는 의지로 질문을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어림짐작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도 좋은 방식은 아니고, 질문해주신 덕분에 여러 사람들에게 더 명확하게 각인 시키는 효과를 주셨으니 말이다.그럼 왜 모든 사람에게 <시크릿>이 해답이 되지 못했을까?앵거스 플래처는 '자기가치를 자신에게 확인시키는 행위' 즉, 자기가치 확인의 과정은 스스로의 믿음을 주장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마음 깊숙히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는 것인데, 그 말인즉 자신 안에 담긴 것만 비출 수 있다는 것이다.마야 앤젤루가 연출했던 연극<검둥이들>을 본 관객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 연극을 봄으로써 관객들의 혼란에 빠뜨리고 그런 신경자극이 자신의 핵심가치에 맞추어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즉, 질문의 빈칸에 스스로 답을 써야지만 완성되는 연극인 셈이다. 따라서, 관객에 따라 자신의 실존주의 찾지 못한 이라면 오히려 희망 없는 절망에 빠지거나, 혼란과 낭패감을 고스란히 겪게 된다.'시크릿 대로 왜 똑같이 생각하고 상상한대로 이루어질 거라고 믿었는데,누군가는 성공하고 나는 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시크릿>는 가장 큰 전제 조건이 빠져있었다고 본다.당신의' 생각'이란 것이 평소에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과연 당신의 핵심 가치도 성장과 연결되어 있는지 말이다.이런 맥락적인 부분에 대한 설계와 설명이 너무 허술했다. 이미 성장형 사고 방식을 가지고 핵심 가치를 결과로 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보통 자기 확언으로 불리우는 '자기가치 자기 확인 (self-self-affirmation)'이 효과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스스로의 가치를 찾지 못했거나 있어도 깨닫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기 가치를 외치라 한들 그것은 맞지 않는 열쇠로 문을 제발 열어달라고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열쇠를 끼워보다 굳게 닫힌 문 앞에 절망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하면, <시크릿>은 '될놈될 안될안' 으로 축약되었어야 할지도 모르는 내용들을 특정 방법론에 치우쳐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그린 것이다.마야 안젤루는 보통 사람이라면 좌절에 그쳤을 지 모르는 여러 상황을 겪었음에도 지금 살아있음에서 엄청난 희망을 찾아낸 사람이었고, 자신이 힘겹게 얻어낸 삶의 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기 위해 실존주의적 자기 확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발명품을 고안해냈다. 1인칭의 불안정한 과거 서술과 3인칭의 확고한 현재 서술을 교차함으로써 '자기가치 자기 확인 (self-self-affirmation)'접하게 도와준다. 또한 그녀의 삶을 따라가면서 실존적인 여정을 함께 따라가되, 스스로의 빈칸을 채울 기회를 준다. 그야말로 지혜로운 멘토에게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가치를 가진 나를 인정하는 방법을 배우는 여정이다.마무리하며,
그녀의 회고록이자 자서전적 소설로 불리우기 시작한 <새장에 같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엄마, 나 그리고 엄마>를 갓 알게 되었음에도 이미 빠져드는 기분은 참으로 미묘하다. 자기무가치 (self-worthlessness)에 대해서 어두운 방에서 아이를 재우며 고민했던 시간들이 마치 그녀와 벌써 이야기를 나눠본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한다. 이제 그녀가 만들어 놓은 발명품을 마치 모르는 것처럼 풍덩 뛰어들어 직접 만나러 가야할 차례다.논픽션, 사회과학 분야 서적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는 만나지 않았던 기간이 꽤 된다. 어떤 때는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문학을 멀리 하기도 했는데, 의식적으로 지금 필요한 발명품을 고르는 방식으로도 문학을 즐길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얻게 되었다.2020년에는 <폴리매스>가 단연 인생책이라 생각했다. 아직 25가지의 발명품을 다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이번 책은 올 한해 계속 곁에 두고 펴봐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문학을 잠시 잊었던 나같은 사람들에게 모두 사랑스러운 책이다.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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