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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분열의 시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피터 T. 콜먼 저] 바뀔 수 있는가?1F 책책책 2022. 6. 19. 07:59반응형J: "바뀔 수 있을까요?"사실 이 질문은 나에게는 2년여전 누군가 던져주고 간 큰 숙제다. 바뀌려는 노력 없이 변화의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자고 하면서 떠 넘기고 싶은 속내가 드러난 질문이었기에, 그 때만큼은 단호하게 '바뀔 수 있겠어요?' 라고 답했고 그녀 J는 '잘 하실꺼에요~' 라는 당황스러운 가짜 긍정만 남기고 떠나버렸다.<분열의 시대>는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육학 교수인 피터 T. 콜먼의 책이다. 정치적 양극화라는 무거운 사회적 소재를 다룬 책이지만, 서문이나 후기에서 보이는 저자는 시련과 고통의 시기를 거치는 와중에도 '희망'을 외치는 뜨거운 심장의 소유자였다. 생계 유지가 어려운 저소득층에서 태어나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전전했던 50여가지의 직업에도 불구하고 주립대학에 진학하고 현재에 이르게 된 이력을 담백하게 전한다. 그는 단호하 트럼프 반대자와 트럼프 지지자도 옹호한다고 이해한다고 말한다. 이 '이해한다'는 짧은 한 마디가 실체로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 묵직함에 책을 덮을 때 다시 머릿 속에 맴돌았다.미국에서 이 책이 쓰이는 동안 트럼프 정권은 민주주의는 한결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듯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은 전세계적인 우울을 가져왔다. 감염병을 차단하고 박멸하기 위한 전지구적 여정동안 진정한 개인의 자유와 마음 안에 숨어있었던 차별적인 기준들이 드러나면서 미국만이 아니라 지구 위에 얹어져 있던 불안과 혼란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것 같았다.이번 책은 J가 던졌던 그 짧았던 질문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결국 그 대답 이후로- 편하든 불편하든,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동료 한 명을 잃은 셈이었고, 상황이 썩 좋아지지 않았다. 혹시 그 때 그렇게 매몰차게 답한 것을 후회하느냐라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바뀌지 않을 것' 이라고 답해준 것은 사실 나의 생각이라기 보다는 그녀가 듣고 싶은 답변을 해준 것일 뿐이었다. 또한, 직관적으로 J가 일에는 필요하지만 부정적인 분위기를 퍼트리는 사람이란 느낌이 있었기에 '어트랙터'에 대해 몰랐음에도 간곡히 붙잡을 필요가 없었다.J의 질문에 한켠에서는 '바뀔 수 있다'고 자신있게 답하고 싶었지만, 그런 믿음이 왜 가능한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어렴풋이 느낌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듣고픈 대답을 해주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질문을 되새기게 되었던 듯 하다. 난해한 부분들을 '구름 문제', '어트랙터', '리펠러' 와 같은 용어와 사례를 통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를 더 정의롭고 관대한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저자의 용기와 실천의 메세지는 지엽적인 수준에서 허덕이고 있던 시야를 잠시 세계적인 차원으로 올려주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변곡점 삼아 '평화'라는 출구를 찾는 21세기를 위해 '희망이 가득한 늑대'를 구해내는 노력에 참여해야겠다.어렸을 때 일기와 독후감 숙제에 억지로 '참 재미있었다' 라고 쓴 기억이 무수한데, 이제 보니 재미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놀래켜주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인 것 같다. 물론 재미에 '놀라움' 또한 포함되겠지만, 정말 재미만을 기준으로 책을 찾았던 때보다 이해도는 낮을 지언정 고심해본 적 없는 삶의 단면들을 다시 보고, 제대로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책을 읽는 지금 훨씬 독서의 '참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Q1) 끊임없이 분열하는 이 시대에, 바뀔 수 있는가?
바뀔 수 있다
예전에 100% 확신할 수 없어 대답을 망설였다면, 지금은 '바뀔 수 있다'에 얼마든 베팅할 수 있다.
대신 앞으로 할 일은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다. 갈등이 없던 상황에서 어트랙터 지형이 형성되고 폭풍이 몰아치면서 점점 분열이 되어가는 지형으로 굳어지는 식당에서의 사례를 통해서 혐오와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스스로도 얼마나 여러 어트랙터에 기여했을지 과거의 여러 상황들이 스쳐지나갔다.아무도 읽지 않을 수 있는 글부터 다짐을 외쳐보는 것부터 작은 시작이다. 다른 하나 생각하고 있는 실천 방안은 '걸으면서 대화'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일이지만 작년부터 인사문제로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이 많았는데, 그 때마다 '면담'이란 방식이 더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급자와 면담은 어쩔 수 없겠지만, 동료나 후배 직원들과는 더 가볍게 느껴지고 실제로 움직이면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또한 어트랙터를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도록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걸으면서 대화하는 걸 시도하려고 한다.Q2) 어트랙터는 무엇인가?
-나는 어느 위치에 있는가?
-혹시 나도 어트랙터에 빠져있는가?
이 책의 원제는 [THE WAY OUT: How to Overcome Toxic Polarization] 이다. Polarization이란 표현을 '사회 갈등'을 다룬 책에서 '양극화'라는 의미로 접했을 때 신선하게 들렸다. '전자의 움직임이 한 쪽으로 치우치는'의 화학적 개념이 약간 더 익숙한 경우라 원제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물 분자처럼 작은 경우에는전자구름의 밀도가 분자내에서 치우치는 것이 한 방향에 1차원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제 우리가 보는 많은 것들은 더 분자량이 크고 전자구름의 밀도가 높고 낮은 부분이 3차원의 어트랙터 지형처럼 크게 다르지 않을거란 상상해볼 수 있었다.어트랙터의 개념은 놀랍게도 이론적으로는 심리학, 방법론적으로는 복잡성 과학 분야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시되었다고 한다. 복잡성 과학은 응용수학의 한 분야로 분류된다고 하는데, 이공계라지만 수학 물리에 절레절레 해온 탓에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었다. 본의 아니게 독서하며 우물 안 개구리임을 또 한번 인지하게 된다.어트랙터의 개념을 이해하기에 정의보다는 특성들을 받아들이는게 그나마 용이했다.어트랙터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어트랙터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저에너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리적, 사회적 시스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우리 뇌가 신체를 보호하고 편안하고 쉬운 길을 찾도록 유도하듯이 자연스럽게 고착된 패턴을 바꾸기 어렵다. 어트랙터 계곡이 더 넓고 깊어질수록 특정 사건에 반응하는 방식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같은 사람을 대하더라도 더 우호적으로 대하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심술궂게 보이며, 어떤 경우에는 같은 주제여도 논쟁하는 대상에 따라 견해가 변하는 듯한 상황을 설명해준다.사실 일을 하면서는 '안정한' 상태를 선호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2개의 어트랙터가 있는 단순한 지형>의 그림을 보았을 때 물질을 합성할 때 A 상태를 선호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에너지가 높다는 건 합성에 있어 반응성이 높고 변하기 쉬워 다루기 까다롭게 들리기에 그닥 반갑지 않다. 봉우리와 같은 '리펠러' 지형에서 너무 오래 머물 수 없듯이 에너지적으로 안정되고 싶어하는 것은 화합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어트랙터 개념이 쉽지는 않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갈등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쉴새없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현재의 어트랙터에 있을 뿐, 내일은 이 어트랙터가 더 넓어질지 깊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Q3)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 것인가?
- '수용'의 태도와 '성장형 사고방식'은 필수다.
정답은 모르겠다. 목차를 먼저 확인하고 읽었음에도 8장, 9장을 읽으면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이해에 더해 수용하고 실천단계에 이르러 접한 내용은 받아들인다기 보다 이미 들어본 듯 쉬웠다. 객관적인 내용이나 표현들이 앞부분보다 읽기 쉬운 부분이었을 것이란 생각은 들기는 했지만 결국 분열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쌩뚱맞거나 힘이 없는 개인이라서 못할 것은 없었다. 엄청 추상적이라 어렵게 읽었지만, 갈등의 해소를 간절히 바라는 저자가 실천적인 메세지를 힘껏 실으려 했음에 감동적이었다.분열된 상대편 진영의 사람들을 출구를 찾고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멈춰서 신중하게 '재설정'을 하며, 사고 습관을 바꾸어서 정확한 상황과 갈등을 유발한 요인으로 관심을 옮기는 준비 과정을 가지라고 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이미 먼저 긍정적인 경로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 가능성을 키워야 하며, 이해는 충분히 하되 문제를 단순하게 하고,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연민하면서 가능성을 연결해야가야한다. 이런 여정은 매우 길고 지난하겠지만 작게 시작하고 현명하게 실패하며 적응해야 한다. 혼자가 아님을 믿고 지속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 아마도 처음 당신 이전에 누군가 시작했듯이 말이다.결론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탈출규칙 (10장, p350-353) 에서 결국 이건 복잡계일 수 밖에 없는 세상을 헤쳐나가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고 ... 내 이해의 한도 내에서 단순화 하여 받아들였다. 이런 탈출규칙은 결국 세상을 '수용'하되 좌절이나 자조에 젖지 말고,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해결해가자는 말의 정치학 버전이려니 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강하게 밑줄쳤던 부분은 '적응'이었다. 말보다도 이 책에서 배운 것을 실천함에 있어 갈등을 벗어나는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계속 움직여서 깊은 골짜기를 벗어나자.마무리하며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 지 막막해서 책에서 무엇을 배우고 바로 실천할 수 있을지 자문자답을 해보았는데, 아쉬운 감이 있다. 독서 노트에는 김경일 교수님이 제안하신 '책이 어려울 때 서평을 쓰는 팁'*을 자주 애용하고는 하는데, 이번에는 그 중 한가지로 마무리해보아야겠다. 바로 한줄로 이 책을 읽고 얻은 것을 말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 빡독에 강연자로 나오신 영상에서 보았던 듯 하다.)The secret of happiness is to face the fact that world is horrible.- Bertrand RussellThe secret to way out is to to face the fact that world is realllly complicated.버트런드 러셀의 명언을 빌려서정말 세상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것이 분열의 시대를 탈출하는 비밀이다. ... 라고 바꿔보고 싶다. 이전에 읽은 마샤 리네한에게 배운 '완벽한 수용' 또한, 복잡한 세상에 적용해보는 태도도 필수다. 이렇게 책과 책 사이를 연결해가면 복잡한 세계와 내 머릿속도 높은 수준의 동기화가 되어가지 않을까?https://www.instagram.com/p/CdVqUCRr3PS/?igshid=YmMyMTA2M2Y=
그 때만해도 연휴 끼고 읽기 힘들었던 책, 잠시 안녕~!몇 기수를 참여해도 완독으로 뿌듯한 것보다 재독할 책이 넘쳐서 복잡한 마음이다그래도 재독이 기대된다.처음에는 저자의 전개 그대로,재독할 때는 그나마 쉽게 받아들인 결론부터 거꾸로 읽어보면 또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1F 책책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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