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투브 '김교수의 세 가지'로 더 익숙한 김익한 교수님의 신간 <거인의 노트> 의 강연에 다녀왔다.
거인은 누구일까?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
는 말은 아이작 뉴턴의 말은 현재도 자주 인용이 된다.
같은 내용을 서문에서 발견하고 반가웠다. 처음에는 거인을 앞선 선구자들로 생각하고 있어 바로 '기록'과 거인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교수님께서 '거인'을 본인과 동치로 오해하는 독자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거인' 의 의미를 되새겨주셔서 쉽게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서열과 각자 맡은 역할에 따른 페르소나의 삶을 살다 보니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방향을 제시해주는 거인의 어깨를 빌리면 보다 쉽게 성장할 수 있다. 특별한 누군가 만이 아닌 누구나 기록을 통해 거인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그 영향력을 서로 나누면 많은 사람이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될 거라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요약하면, 우리 모두가 스스로 '거인'이 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거인'이 되어 기꺼이 어깨를 내어 주어야 한다.
기록을 통한 사람들의 해방, 결국 이타적인 목적의 자기 계발이 교수님의 개인적이지만 아주 원대한 목표구나 느끼면서 강의에 빠져들었다.
오늘 남길 단 '1가지'
인풋 중 기억으로 남은 것을 쓰기,
보면서 옮기지 말 것!!
기록의 본질은 평가하고 선별해서 핵심 만을 골라내는 것이라고 한다.
'주관자'의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즉, '자기 결정권'이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메모가 필수적이다.
불분명한 액체 상태에서 '선택하고 요약'해 낸 '메모'를 통해 더욱 명료하고 의미가 뚜렷해진다. 기록은 이 중에서도 한 번 더 중심적인 내용만 골라내어, 지혜에 가까워지는 수준을 가리킨다고 한다. 기록학이란 단어를 들으면 역사 속 사관들이 떠올라, 모든 내용을 토씨 하나 빠짐 없이 온전히 옮기는 것이 중요할 거란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기록이 100개가 있다면 그 중에서 중요한 10개만을 추려내어 보관한다는 게 기록학의 핵심이었다니, 무작정 양적으로 많이 기록하는 것에만 치우치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독서 기록에 대해서는 특별히 많이 언급하시지 않았지만, 기록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 해주신 부분들이 강연 이전에 미리 책을 읽은 부분과 머리 속에 겹쳐졌다. 그리고 QnA 시간에 '자연과학, 뇌과학과 같이 하나하나 이해가 필요한 분야의 책을 읽고 기록하는 법' 에 대한 답변을 해주셨는데, 그렇게 내용이 많은 분야의 책이라 하더라도 동일하게 몇 가지만 가져가라고 조언해주신다. 역시 태산을 단번에 무너트리려는 건 욕심인 것 같다.
독서 자체는 습관화가 된 편이지만, 독서 기록을 어떤 식으로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 한동안 이미 읽었던 책을 가지고 필사를 해보려 했지만, 잘 이어지지 않았다. 필사라는 방식이 분명 책의 구절을 음미하는 방식으로서 도움이 되지만, 책을 읽으면서 표시하거나 밑줄 그은 부분들이 필사를 하기에 너무 양적으로 많았다. 핵심을 고려한 독서노트가 아니였을 뿐 아니라, 차분히 앉아서 독서하는 것이 아닌 이동 시간을 주로 이용하는 나에게는 특히 맞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독서기록을 남기는 목적이 독서 후 자연스럽게 서평 쓰기로 연결하는 습관을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너무 많은 독서노트 안에는 다른 책과 연결 지은 생각고리도 있었고 나의 경험과 연결 지은 것 등등 하나의 주제로 묶이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씽큐온 활동을 하면서도 서평이 얕은 사유 대비 지나치게 길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결국 그것도 모두 담으려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히려, 짧지만 다이어리 인증을 하면서 어제 읽은 책 내용에 대해서 한 두줄씩 쓰던 것들이야 말로 '메모'의 요약&기억이라는 핵심에 보다 근접한 방법이었다. 이걸 잘 활용해서 독서 기록을 정리할 수 없나 궁리를 하면서 독서 감상들은 올해 3개월분만 우선 Notion에 도서별로 모으던 중이었다. 유독 여러 책을 조각조각 읽는 중이라 아직 그 효과가 있다없다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큰 방향은 맞게 잡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속해보면서 10권 정도의 독서 기록이 모이면 점검해보고 개선해야겠다.
독서노트 외에도 다이어리도 열심히 쓰다가 문득문득,
'대체 난 다이어리를 쓰는데 시간을 이렇게 많이 써서 실행은 언제 하지?'란 느낌이 드는 날도 있었다.
'너무 모든 것을 기록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 란 고민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대체 하루에 다이어리 작성에 얼마나 쓰세요??' 라고 묻고 싶었던 때가 많았는데, 교수님의 책과 강연에서 어느 정도 그 길이와 시간의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예전에도 저자와의 만남이나 강연회를 좋아했지만, 다소 수동적으로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책을 읽고 참석하는 경우에도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미리 그려보거나 미리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간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평소 관심 있던 '기록'이 주제인 만큼 내용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목차, 소제목을 계속 연결해서 읽어보고 참석했다. 강연 이전에 꼭 알고 싶다 했던 부분이 '기록에 소요 하는 시간'과 '독서 기록' 대한 부분이었다.
강의를 들으며 '메모와 기록의 본질'에 대해 새기다 보니, 모든 걸 한번에 익히기 보다 더욱 처음 이해하려 했던 단 한 가지만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당분간 핵심만 '최소'로 '짧게' 압축 하는 연습을 이어 가야겠다.
'기록'에 대해 말씀하시는 실물이, 띠지 사진보다 멋있다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ㅎㅎ
청강소감
유투브 채널도 알고 있었고 파코기 (파란 코끼리의 기적)을 참여하는 지인도 있었고, PDS live로 강연도 하셨었기 때문에
김익한 교수님의 컨텐츠가 좋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 커뮤니티를 만들고 계신지는 몰랐다.
그런 기반으로 교수님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참석하셔서 그런지, QnA의 수준도 가봤던 저자의 강연회 중 매우 높았던 것 같다.
특히, QnA 시간에 <아티스트 웨이> 를 읽고 모닝 페이지를 시도해보고 계시다는 분의 질문이 참 좋았다.
교수님께서는 올해 발간된 김주한 교수님의 <내면소통>을 언급하시면서 모닝 페이지가 보다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서 심연을 들여다보기 위한 '명상'에 가까운 글쓰기라면, <거인의 노트>에서의 '기록'은 보다 현생을 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삶을 명료하게 살 수 있도록 도우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해주셨다. 간혹 서로 상충되는 내용을 발견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말끔하게 정리해주셔서 질문 주신 분과 교수님께 감사했다.
마무리하면서,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거인이 되자.
늘 기록에 관심이 많았고 유투브를 통해서 김익한 교수님이 전달하시는 내용들이 너무 좋았다는 건 알았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닐까 해서 강연을 신청했었다. 나름 기록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시도해볼 것이 많고 노력할 부분이 있다는 건 힘들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기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어서 즐겁다.
이전에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AS9을 소재로 했던 <유전자 임팩트> 를 읽고 쓴 서평의 제목은...
무려 <거인의 신발끈에 매달려 보자> 였다... (엄뭐... 제목 부끄럽구만, 읽다 보면 재미있지만 힘든 책이긴 했다)
지금은 거인의 무릎까지는 올라왔나 궁금하다. 그 높이마다 볼 수 있는 시야도 다르듯이 거인의 어깨에 오르는 것, 또한 넘어야 할 하나의 단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