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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023 트렌드노트] 그 누구도 아닌 '1인' 들의 등장1F 책책책 2022. 11. 22. 06:15반응형
한줄평:
트렌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마치 내 일상을 들킨 것 같았다.그 누구도 아닌 '1인' 들의 등장
'MZ세대'는 MZ세대가 아닌 사람들이 지칭하려고 쓰는 단어라는 말이 재미있었다. 1인 가구나 개인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성은 특정 세대에 국한된 것이 아닌 것 같다. 전 세대 모두에게 동일한 것 같이 보였다. MZ란 표현이 나타난 이래로 너무 여기저기 남발되면서는 점차 어리고 갓 어른이 된 세대들을 콕 찝어 너희가 바로 그 MZ라고 선 긋는 느낌이 살짝 치사하게 보였던 순간이 책장을 넘길 때 되살아났다.
또다른 트렌드 도서 <라이프 트렌드>를 매해 출간하시는 김용섭 소장님이 농담처럼 '트렌드 책을 읽는 건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이 내용들이 낯선 사람들은 더 읽어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혹시 'MZ세대'와 너무 선 긋고 있지 않은지, 1인분의 독립된 자아가 아닌 어디엔가 소속된 나로만 존재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겠다.그 바로 '1인들의 소비'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세상과 교감할 수 있는 촉수가 많다는 것이다. (p. 170)
이 책에서 뽑아서 한 문장만으로 책을 설명하라고 하면 이 문장을 고를 것 같다. 개개인이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왔고, 그에 따른 소비에 부차적으로 따라온 결과들이 이 책에서 현상을 데이터 기반으로 설명해주고 있다.적극적으로 좋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기 때문에 과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기 싫어 마음의 상처를 숨기던 한국인들이 정신 건강까지 '건강'의 범주에 넣기 시작했고,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해 '갓생' 살이를 시작하고 아카이빙을 해나간다. 집에서 각자 공간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 1인 1디바이스가 필요해졌고, 구독하는 서비스 또는 특정 브랜드를 소비하는 주체로서의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소비 관련해서는 작년 연말에 단종 러쉬를 이뤘던 더모아 카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일상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낸다는 가장 구체적인 예시로 느껴졌다. 더모아 카드의 인기는 비단 짠테크의 느낌이 아니라, 아껴서 쓰고 싶은 '동경의 소비, 사랑의 소비' 에 더 쓰고 싶어하는 경향이 드러났다는 걸 알았다. 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소비를 스마트하게 아껴쓰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소비.동경의 소비는 과거에도 명품, 고급 외제차 같은 제품의 소비로 드러났던 것 같지만, 골프, 호캉스, 파인다이닝-오마카세-호텔부페, 아이패드 등으로 종류도 금액대도 다양해졌다. 관련 브랜드들은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브랜드 파워를 확장하기 위한 측면들 때문인지 일부는 사랑의 소비와 동경의 소비의 경계를 오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사랑-동경의 소비 뿐 아니라 필요의 소비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게 리셀 시장이 아닌가 싶다. 이전에도 필요하면 중고 거래를 해보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개인 간의 거래 규모나 액수가 확실히 커졌다는 느낌도 들었다. 차나 명품도 개인 거래를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 보면, 필요의 소비에 좋은 리셀 거래를 얹으면 사랑 또는 동경의 소비에 가깝게 그 속성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아지는 것 같다.재미있게도 이 책은 장마다 마케터 관점의 시사점을 던져 주는데, 마케터가 아닌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도 필수로 봐야하는 부분이라고 느껴졌다. 난 집밥으로 챙겨 먹고, 돈도 안 쓰고, 유투브/웹툰/영화,드라마/뮤지컬, 콘서트 중 하나도 안 본다 하는 ... 그런 청정하신 분이 있을까 싶다. 행여나 #갓생, #자낳괴, #1인 등 의 키워드 조차 모두 연관이 없다고 주장해도 이미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무조건 시간, 나아가서 인생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필수로 인지해야 할 부분 같다.책 속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런 '1인들의 소비'는 #덕질 #덕후의 일상화라고 해도 딱히 위화감이 없는 것 같다. 온 세상에 덕후가 판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덕후'라는 표현이 매니악 느낌이 있어서 새로운 키워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스티커 사진이 어느 날 부터 '인생네컷'이라 불리우며 더 심플한 기능으로 더 고급진 느낌을 주고 있듯이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는 새로운 이름을 주긴 해야 할 것 같다. 흠흠, 어쨌든, 이런 1인들의 소비는 관심사가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에 무제한으로 쓸 수 있고, 또 쓰고 싶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그게 세상과 교감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리라.기록 혹은 아카이빙
기록과 아카이브의 차이는 '나'를 위한 것인지 '타자'를 위한 것인지다. 아카이브는 남들에게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다. 남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선별기준이 필요하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정체성이 바로 그 기준이다. (p.179)딱히 인플루언서도 아니지만, 인스타그램 피드를 돌아보면 가끔 '이건 너무 편집된 내가 아닐까??' 라는 생각 들고는 했다. 올리는 주제들이 보통 인스트그램어블하다고 생각하는 예쁜 맛집, 디저트 사진이 아니지만, 엄청 열심히 잘 사는 사람의 모습으로 포장되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기록들이 '위장 또는 변장' 수준인 거 아닐까 싶었는데, '아카이빙' 이라고 정리를 해주어서 말끔해졌다.'아카이빙'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지금도 이미 방향을 잡고 이미 아카이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이러다 곧 '퍼스널 브랜딩'이 기본값이 되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닐까? 지금은 누구나 들어봤지만 모두 하지는 않는 '옵션' 또는 '갓생'으로 분류된다면, 나중에는 대졸, 토익/토스 스펙처럼 갖춰야 되는 걸로 여겨질 만큼 당연해지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데이터 기반한 트렌드 읽기
특정 키워드에 따른 연관 관심사 순위의 리스트에서 어떻게 통찰을 뽑아내는 걸까 궁금하다. 스스로 일상 속에서 작은 생각들이지만 기록하다보면, 그 모든 것이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너무 많은 것들이 '데이터' 속에 포함될 텐데, 그 숱하게 쏟아져나오는 데이터들을 어떻게 읽어내는 걸까? 이 책을 쓰는 바이브컴퍼니의 생활변화관측소의 시각이 궁금해졌다. 다 읽고 처음부터 다시 돌아봤는데 아주 금방 책머리말에서 작은 힌트를 스스로 얻었다.'트렌드를 현상으로만 보지만 보지 말고 경향으로 보자. 굵은 줄기, 그 줄기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굵은 줄기를 보려면 계속 보아야 한다. 넓게 보아야 한다. 같이 보아야 한다. 데이터는 같이, 넓게, 계속 보게 만들어주는 토양이다. '
데이터를 모으고-처리하고 해석하는 것 까지 그 과정들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가끔 데이터라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열되어 있는 경우도 생긴다. 데이터를 데이터만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본질'이다. 그럼에도 여러 트렌드 도서 중에서 사람들이 숨쉬고 소비하면서 만들어낸 일상의 증거들로써의 데이터 해석이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2023 트렌드노트>에 훨씬 더 신뢰가 갔다. 내내 일상을 들킨 것만 같이 느껴지는 독서였는데, 2023년을 마음껏 1인으로서 즐기고 <2024 트렌드 노트>를 읽었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진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도서를 제공받아 즐겁게 작성한 리뷰입니다*'1F 책책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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