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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성격을 팝니다>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
    1F 책책책 2020. 9. 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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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I의 기억 1: 이 결과가 정말 나를 가르키는가?

     

    가장 처음 접한 MBTI 진단은 무려 섬세함과 까칠함이 극에 달했던 중3 때였다. 백개 이상의 긴 문항에 점수를 매겨가면서 나의 일관성을 묻는 건지 성격을 묻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구심을 가지고 풀어서 인지, 성격이 무려 15년째 발현이 2되지 않았던지 어느 쪽으로도 치우쳤다보기 어려운 점수였다. 기억하기에 내향성이 0, 외향성이 100이라면 30점 정도로 받은 점수가 그나마 가장 치우쳤고 나머지 3가지 (직관/감각, 사고/감정, 판단/인식) 항목에서는 거의 40~60정도의 애매모호한 점수를 받았다. 

    점수를 기반으로 진단받은 유형에 대한 해설을 들었지만,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로 만든 진단 방식에  마음 속으로 불평을 놓은 것이 첫 만남이었다. 

     

    답정너 MBTI

     

    이미 우리는 흔히 또 다른 성격 유형을 구분지을 때 쓰는 지표를 잘 알고 있다. 

    바로 '혈액형'이다. Rh +/- 까지 포함해도 8가지이다. (아주 특수한 경우, 혈액형이 변하는 경우도 있긴하지만 정말 소수다.) 대체로는 4가지 혈액형을 기준으로 성격을 나누어 설명한다. 

    혈액형이 고작 4가지 분류로 나누다보니 사람들에게 흥미거리는 되어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특정 혈액형이 더 별나거나 소심하다는 듯한 성격의 묘사가 있어 모든 사람에게 만족스러운 분류는 아니다.

     반면, MBTI는 16가지의 유형 어느 것에 속해도 싫은 사람이 생기지 않는다. 각각의 유형이 모두 의미를 가진다고 말해준다.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당신은 16개 유형을 나눈 틀 만으로는 설명이 불가한 누군가라는 걸 알게 되겠지만, 16개나 되는 유형이 상대적으로 혈액형보다는 자신을 설명해준다고 여기고 상대적으로 쉽게 믿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MBTI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게 된다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고정형 사고방식에 갇히게 된다.  그야말로 답.정.너., 스스로가 '프레임'에 가두는 행동이다. 

     

     

    의도가 좋다고, 옳은 것은 아니다.  

     

     캐서린과 이사벨 모녀는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어찌보면 매우 순수한 욕망에 따라 '참다운 나 자신'을 찾아서 가족의 화목과 더 적절한 일에 배치되기를 바랬고, MBTI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을 제외하고 정작 '캐서린과 이사벨'과 성격유형검사와의 상관 관계를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남자들이었다면 이름을 내세웠을 수도 있을 텐데, 남편들의 성을 따서 '브릭스-마이어스 성격유형지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그녀들의 풀 네임은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다.) 

     캐서린이 둘째 아이 알버트가 수면 중 사망하면서 존재론적인 고민에 빠지고, 열성을 다해 키운 이사벨이 연인을 만날 때 남자 친구에 빠지는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고, 결혼시킨 이후에는 더욱 성격유형과 융의 심리학에 집착에 가깝게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 공감이 되는 부분은 많았다. 이사벨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자산으로 두 아이를 키웠지만, 딸의 이혼에 좌절감을 느끼고 어머니가 만들었던 검사지를 끊임없이 개선해간다.  조금이라도 이론을 받아들여질 것 같다면 어디라도 찾아가고, 검사 결과에 어긋나는 결과는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고, 검사가 유용하게 널리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검사에서 얻어지는 수익에 대해서는 도리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은 몸부림처럼 보인다. 

     초보 엄마로서 주부와 여성의 인생이라는 측면에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정말 고집스럽게 성격 유형에 자신의 시간을 쏟아부은 모습을 보면 두 모녀의 모습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얼핏 강건해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의 기나긴 '나 자신'을 찾는 과정이 평생의 여정이 되어 두 사람을 모두 연소시켜버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캐서린과 이사벨이 낳은 결과물은 순수한 자아성찰이 자아성찰단계에서만 멈추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자아까지 찾아주겠노라고 유형을 분류하기 시작했고 융의 심리학을 고찰하여 만들었다 했지만 두 사람의 임의적인 분류가 추가 되어 '16개의 프레임'에 모든 사람을 끼워넣으려 했다. '성격 유형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고정형 사고에 빠져있는 '위험한 아마추어들'의 검사, 혹은 그를 기반한 검사로 특히 기업에서 사람들을 평가했다.  M양식(무려 A양식부터 만들어졌다)의 MBTI인쇄본을 손에 넣으려면 CART의 자매회사인 마이어스 앤 브릭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공인 교육과정을 평일 5일 동안 2,095달러를 지불하고 들어야 한다. (p.455)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에 모두 납득할지 모르지만, 막상 방향을 잡기란 쉽지 않다.  나름 그 이유를 외적 요인인 '운'과 내적 요인인 '반성적 사고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세계대전 시기에 완벽한 스파이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부터 업무에 적합한 인재상을 찾겠다는 기업들의 노력 같은 시기적인 행운과 성격유형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문제점이 발견되었어도 절대적으로 자신들의 가설을 믿은 두 모녀의 태도가 더해져서 '성격진단 사업'이 기틀이 닦였다. 

     검사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던 모녀에게 규모있는 사업으로 확장되어 자본주의적으로 쓰이게 된 것이 행운이었는지 불운이었을지 알 수 없다. 검사 결과가 특정한 틀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오히려 성장의 한계점을 설정해주고, 자신들처럼 고정형 사고에 빠지게 할 위험도 있다는 걸 단 한순간도 몰랐을지 궁금하다. 

     

     

    2x2x2x2 = 16개의 유형

     

    MBTI에 대한 기억2: 지금 나의 모습일까? 아니면, 내가 상상하는 나일까?

     

    최근에도 다시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이 해봤을 MBTI진단테스트 사이트 링크를 몇년 전에 받아봤었다. 점심 시간에 서로의 결과를 비교해보면서 결과가 잘 맞는다며 수다가 이어졌다. 호기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결과를 나열해봤을 때, 동일 유형으로 나온 사람들 몇 쌍이 있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이라는 ESFP유형으로 나온 그룹은 비교적 비슷한 성향이라고 느껴졌지만, 전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도 같은 유형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도 각각의 유형 설명을 읽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하고 있는 것에 기분이 묘했다. 

     

    연예인들이 연예인 유형이 안나오는 건, 안 이상한가요? ㅎ 영문사이트를 들어가면, 무려 200페이지가 넘는 유형별 프로파일과 인터랙티브 워크숍을 결제할 수 있다. 참고로 프로파일은 $29, 프로파일과 워크숍까지 등록하려면 $49이 필요하다. 누군가 번역한다면 한글판도 나오는 걸까? 

     

     

    나의 결과는 재기발랄한 활동가라는 ENFP로 나왔는데, 외향/내향 부터 바뀌었을 뿐 아니라 어렸을 적의 모습을 미루어봤을 때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이전 결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느꼈다. 그런데도 유형의 설명은 제법 내 성격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나 조차도 이 결과는 현재의 나인지, 되고자 해서 그려낸 가상의 나인지 알 수 없었다. 흥미삼아 해본 결과였을 뿐이지만, 16개 중 한 개의 유형에 완벽히 맞춰지기 위해서는 까치발 정도는 들어야 할 것은 불편한 감정이 스쳤다.  

     

     

    첫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과학적 사고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모두가 위대한 과학자와 같은 사고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기초적인 과학적 사고는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준이면 누구나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잉엔하우스 실험, 광합성의 발견 @금성교과서

    http://dic.kumsung.co.kr/web/smart/detail.do?headwordId=539&findCategory=B002004&findBookId=24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대조군이 필요하며, 한번에 한 가지의 변수만을 바꾸었을 때에만 결과의 비교가 의미가 있다. 

     때로는 과학자들이란 사람들도 처음 세운 가설을 벗어나는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설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기 위해서 때로는 매우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 통제하지 못한 변수가 있다면 실험결과가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잘못 진행된 실험 결과에서 억지로 결론을 도출하려는 시도는 결코 콰학적 증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쩌면 캐서린과 이사벨도 머리로는 잘못된 결과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순간에 본인들이 쌓아올린 노력을 포기하지 못했기에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소명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려 했다. (완벽하게 스스로를 속이지 못한 건 점차 길어진 문항의 수가 보여주는 것 아닐까? 그마저도 사업화 되면서 간소화 되버렸지만...)

     

    누군가 '그래서 결론이 뭐냐? MBTI를 믿어도 되냐?'고 묻는다면, 사실 딱 3쪽을 읽어보면 된다고 답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같아서 페이지는 생략한다. 아마도 2장 후반부 였을 것이다) 

     

    이사벨은 그녀의 지표가 쌍봉분포 라는 통계적 개념을 전제로 한다고 항상 주장했다. 무작위 표본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F양식 검사를 실시했을 때 데이터에서 뚜렷한 두개의 봉우리 (즉, 최빈값)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실제 수천명의 고등학생과 대학교 신입생들을 검사했을 때 쌍봉분포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나 봤음직한 가우시안, 즉 정규분포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이 부분만 읽어도 MBTI가 누군가의 특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부적당하다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해석해보자면, 과거에 첫 검사를 했을 때 어느 쪽으로도 많이 치우치지 않았던 나야말로 가장 평균적인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고, 난 ㅇㅇ 유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아주 약간 더 내향적이거나, 사고형인 것 같지만 상황에 따라 감정형으로 보이는 것도 정상이란 이야기다. 

     

     과학적으로 쌍봉 분포를 나타내야 가설이 입증된다는 것도 인지하지만, 정작 반대되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과학적 주장이 아닌 자신이 상상한 주장을 내세웠다. 그렇지만 현재도 그를 기반으로 한 검사가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MBTI만이 아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주 단순하지만,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정확한지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학적인 사고 방식이 필수일 수 밖에 없다. 

     

     

    마무리지으며... 정말 소설적이었던 논픽션

     

    정말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성격유형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심리 스릴러와 같았고, 테라노스의 허구를 파헤쳤던 <배드 블러드>를 생각나게 했다. 

     

    이 서평을 쓰는 시점에 '초정밀성격진단' 이라며 8가지 유형으로 나를 설명해준다는 메일이 가장 최근 메일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기억에 자소설을 쓰면서 성격 묘사에 대해 고민하다 찾아봤던 무료진단검사 사이트였던 것 같다. 당시 결과로 나를 묘사하는 단어들은 아래와 같았다. 

    협조성이 높음~ 주체성이 약함 / 자기주장이 강함 / 호기심 왕성
    소심함, 강인함이 약함 / 직관력이 강하다 / 소극적임, 사교성이 약하다 / 합리적, 결단력이 강하다

     

    얼핏보면 여러 방면으로 자세히 묘사해주는 것 같지만, 서로 상충되어 보이는 부분도 많다. 심지어 ENFP 유형과 완벽히 일치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것도 MBTI의 부산물일까? 부디 외국 사이트를 번역하는 과정의 문제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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