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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대통령이 사라졌다>, 멋이란 게 폭발하는 리더란
    1F 책책책 2020. 11. 17.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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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ss King, @pixabay

     

     

     

     

    "국장, 이제 보조 바퀴를 뗄 때가 됐습니다. "  (1권 p.254)

     

     

    아, 이 문장을 읽었을 때 한번 책을 내려놓았다. 멋있다.  진짜 멋있다. 

    사람마다 '멋지다'고 느끼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함뿍 몰입해서 저 말을 듣는 사람이 나라고 상상하니 전율이 일었다. 

    리더에게 저런 말을 듣고 주어진 책무에 충성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주인공 던컨 대통령은 사이버 테러 위협과 최고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몇 명 안에서 누가 배신했는지 찾아내기 위해 예상도 못한 모습으로 사라진다. 직권 남용과 반역 혐의를 쓴 청문회를 회피하기 위해서냐는 억측을 뒤집어 쓰고서. 

    소재 자체도 흥미 진진하지만, 빠른 전개 속에서 보다 돋보이는 건 던컨이 한 나라의 리더로서, 아버지로서 본인의 역할의 크기 만큼 고뇌하는 면면이었다. 

     

    대통령이 사라진 이야기를 대통령이 썼다는 것 부터 이 소설은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그 저자가 심지어 빌 클린턴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큰 스포일러일 수도 있다. 

     

     

     

     

     

    빠른 전개로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늘 그렇듯이 서평 쓰기는 난감했다.  

    '대체 소설 서평을 어떻게 쓰는 거였더라... ' 

    무려 10년 전에 썼던 서평들 중에 소설도 포함된 것이 생각나서 찾아봤다. 

    썼던 글을 다시 읽는 게 얼마나 오글거리는 일인지 알 수 있었고, 

    줄거리가 있었든 아니든 그 책이 어떤 감정을 가져왔고 '지금'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 지 생각할 수 있었다.  

     

    결국, 책 내용보다 의식의 흐름에 더 집중해보기로 했다. 

    읽을 때는 스토리에 집중했다면, 읽은 뒤에는 왜 소설로 이런 이야기를 썼을지가 궁금해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나에겐 다른 나라 대통령이었던 사람일 뿐이기는 했다. 심지어 대통령이던 기간에 스캔들 인해 로 모든 업적보다 이전에 스캔들로 기억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스캔들이 터진 1998년 이후에 클린턴이 2001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했다는 것에 대해 잊고 있었다. 당시에도 스캔들 자체보다 대통령의 '위증' 때문에 용서받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놀라운 화술을 가진 클린턴도 그 때 만큼은 잘 빠져나갈 수 없었다. 

     

    소설로 쓰는 자기의 치유와 성장기 는 아니였을까? 

    사실, 빌 클린턴은 퇴임 이후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썼다. 

    Cf)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 <기빙 Giving>, <빌 클린턴의 다시 일터로 Back to Work> 은 한글로도 모두 번역되어있다. 

     

    당연히 대통령이었다는 것부터 본인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찬찬히 돌아보니 많은 면에서 본인의 이야기에 더해 기존에 쓰지 못한 무언가를 쓰려고 했을 것 같다. 

     

     

    청문회에 출석한 대통령에서 동일하게 시작한다. 

    이번에는 사생활 상의 문제가 아닌, 테러리스트와 모종의 거래를 하지 않았냐는 의심을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표현과 단어 하나 선택으로 청문회에서 '파면'의 위기를 맞은 대통령으로 보도된다. 

    한편, 바쁜 일정 속에서도 투병을 했던 부인을 떠나 보내기 전에는 가장 솔직하고 카타르시스적인 대화와 눈물을 흘리는 시간을 가졌고, 딸에게 애써 담담하게 '자랑스럽다, 사랑한다'를 이야기할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 

     

    왜 사이버 테러, 바이러스의 위협을 받는 설정이었을까. 

    2020년은 '코로나'로 대표될 수 밖에 없는 한 해다. 앞으로 온라인 상의 보안은 너무 큰 위협이다. 우리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기 상황에서는 온라인으로 옮기는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하지만, 온라인의 안전 마저 위협당한다면, 통신, 전력 등의 많은 생활 인프라의 통제가 한 순간에 같이 무너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현재 시스템의 취약점을 꼬집어 주는 것도 통찰력이 돋보였지만, 한편으로 이름을 검색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실수를 끊임 없이 다시 꺼내보게 되었던 온라인의 폭력적인 행태가 '바이러스'와 같다고 느낀, 일종의 비유는 아니였을까 싶다. 

     

     

    언제부터인가 사실에 기반을 둔 중립적 보도는 정의조차 쉽지 않아졌다.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선도 갈 수록 흐릿해질 뿐이다. .... 모든 정치인들을 비정상화시키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심지어는 정직하고 유능한 이들마저도 비교적 사소한 문제로 꼬투리가 잡혀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1권 p.91)

     

     

    처음 청문회에서는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아주 정직한 답변은 할 수 없었던 던컨은 말미에서 자신의 책임을 시원하게 인정해낸다. 빌 클린턴을 둘러쌓던 추문은 비난받아 마땅했다. 가장 가족에게 비난받아 마땅했지만, 도리어 사람들의 입에 담기 부적절함에도 부적절하리 만큼 많이 오르고 내렸다.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던 과거를 소설 속에서 해소하고 싶은 생각이 있지 않을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많지만, 그 이후에 제대로 극복하고 성장하는 사람은 적다. 빌 클린턴은 그 소수의 사람에 포함되는 건 확실하다.  

     

    (배신자에게, ) 당신과 같은 사람을 믿고 뽑은 나는 비난받아 마땅해요. 그부분에 대해선 책임질 겁니다. 그건 정치적인 문제예요. 난 내게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는 이번 일을 감출 생각이 없습니다. " (2권 p.262)

     

    사라진 대통령으로 거리에서 퇴역군인을 마주 치거나, 흑인 청년이 백인 경관에게 제압되는 장면에서 국민에게 대통령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무얼 해나가야 하는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만 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옳은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소설이 클라이막스를 지나 마무리가 될 지점, 범인을 잡아내고 대통령으로서 자리를 다시 되찾는 마지막 지점에 현재 미국 대통령보다도 더 대통령다운, 세계적리더 다운 메세지를 제시한다. 

    건강한 토론을 통한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 

    인간적 유대감이 있는 더 살만한 아메리칸 드림을 살리는 것, 

    선거제도 개혁, 이민 개혁, 기후위기, 오피오이드 위기, 사이버 공격 등등등...  다 세부항목을 언급하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더 완벽한 통합'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 (1권 P 176)

     

     

     

    과연 진정한 리더의 덕목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 덕목이 있겠지만,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주변을 비롯해서 또 다른 언론지상에서 만나는 리더들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정말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농담으로라도 절대 '내가 책임진다'라는 표현을 안한다는 걸 느꼈다. 누군가 멋드러지게 '나만 믿어'라고 했을 때 실현시킬 능력이 부족한 리더라면 믿음직스럽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허세스러울지 모르지만, 주어지는 고유권한은 그건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을 인식하고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리더'라고 명명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하나 더하자면,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퇴임 후에도 여전히 인기가 높은 전 대통령이다. 일반인들은 화면과 활자를 통해서만 접하는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매력은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에 투영된 그의 멋과 매력이 이야기와 버무려져 맛깔났다.  

     

    왜 재미있게 읽었지만 왜 이 책이 진짜 재미있었는지 설명을 하기는 참 어려웠다.  

    이제는 사라진 대통령이 제자리에서 다시 돌아왔듯,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자, 어서 당신 자리로 돌아가요. " (2권 p.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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