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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인슈타인의 전쟁>, 과학 안에, 천재 안에 사람 있다.1F 책책책 2020. 12. 17. 20:28반응형
늘 서평을 어렵지만, 이렇게까지 어렵다면 새로운 방법을 써보자는 생각으로 아주대 인지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님께서 빡독 강연 Q&A시간에 말씀하신 방법을 시도해봤다. 알려주신 방법은 크기가 다른 종이를 준비해서 그 크기에 맞추어 책을 요약해보는 것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니 종이 대신 약간 방법을 바꿔 보았다.
첫번째, 문자 한개 140Byte 내로 써보기
두번째, 한 문단 정도 분량의 10문장 이내로 써보기
이미 몇 년 전에 백영옥 작가가 트위터로 글을 연재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번은 재미 삼아 친구들과 돌아가며 한 문장씩 덧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한 적도 있었다.
소설이나 가벼운 교양서만 읽다가, 최근 내용들이 꽉 찬 책들을 읽다 보니 점차 서평이 길고 장황해지는 면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내용을 압축해보는 것도 좋은 독서 경험이라 느껴진다.
118/140Bytes:
결국, 그 모든 과학도 사람이 한다. 한 분야에 대해 '헌신적인 태도' 로 임한 사람들이 천재적인 것이다.
10문장 이내로 요약:
1) 어릴적부터 비상하기만 한 줄 알고 있었던 아인슈타인은 , 사실 여러 과학자와의 교류와 토론을 통해서 진정한 천재로 거듭난 사람이었다.
2) 아인슈타인과 에딩턴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운은 필요했다.
3) 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일부 과학자들처럼 참호에서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았으니 정치적인 상황에 압박을 받으면서도 상대성 이론이 완성시킬 수 있었고, 전쟁이 끝난 1919년에는 세계가 다시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행운이 따랐기에 주목을 받을 기회가 왔다.
4) 행운의 여신이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한들, 목표를 향한 강력한 노력이 없었다면 상대성이론이 지금과 같은 명성을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5) 이미 머리 속에서는 만들어진 상대성이론을 정확한 식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한편 자신의 이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하며 몇 년을 집중했다.
6) 국제 정세와 정치적인 상황이 혼란스러운 때에도 연구를 유지할 체력과 멘탈을 가까스로 유지해냈고, 종전 후 타이밍이 왔을 때 미디어가 반기는 스타성을 띤 페르소나를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에게 상대성 이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7) 이런 업적을 남긴 아인슈타인도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심지어 결혼도 2번이나 했으니 시간이 없어서 무언가를 못한다는 핑계 대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8) 아인슈타인의 이론의 확실한 증거인 '빛의 휘어짐'을 관측하기 위해 개기일식의 뒤를 쫓아 원정을 떠나는 에딩턴의 존재 또한 놀랍다.
9) 퀘이커 교도, 천문학자인 에딩턴이 1차 세계 대전의 적국의 국민이자, 영국에서 신적 존재였을 뉴턴의 이론에 반하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누구의 강요도 없이 그가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할 '소명'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긴 행동 또한 매우 놀랍다.
10) 본인은 양심적병역거부자로 끊임없이 전쟁터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압박을 받는 상황에도 일식원정을 준비하고, 상대성 이론이 대중의 인기를 얻고 다시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 주는 에딩턴의 모습을 통해서 폴리매스의 향기가 느껴졌다.
11) 천문학에 권위자였던 것만도 대단한 일인데, 상대성 이론을 대중화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지지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던 에딩턴의 조력 덕분에 상대성 이론과 아인슈타인이 그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
앗! 10문장 이내는 실패했다.
덧붙여보는 감상과 인용
과학은 사람이 한다.
p542. 과학은 사람이 한다. 즉,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종종은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실수를 살 것이고, 장비는 고장 날 것이며, 정치적 혹은 개인적 편향 때문에 형편없는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번뜩이는 통찰력도 있을 것이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견을 주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며, 정치적 혹은 개인적 신념 때문에 대의명분을 택하기도 할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늘 서툴다. 아무리 신경썼다고 생각했어도 돌아서면 실수가 보이기도 하고, 손을 쓰는 실험들은 아무리 작아도 편차가 생긴다. 그리고 마음이 있는 사람인지라, 편견에 사로 잡히기도 하고 중요하다 싶은 실험은 오히려 손을 덜덜 떨면서 하기도 한다. 과학이 발전하고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지만, 여전히 사람이 그 중심에 있다.
천재도 오래 살아야 된다.
완연한 가을이 올 때면, 매해 노벨상 수상자가 선정 소식이 들려온다.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상이고, 연구의 독창성이 중요한 기준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것 같다. 반면에 수상자가 공표 시점에 생존해야만 받을 수 있다는 건 생소할 지도 모르겠다. 아주 드물게 사후 수상자를 2명 배출한 이후 1974년 이래로 규정이었다. 노벨상을 받을 거라면 연구도 중요하지만 감기에 한 번쯤 걸리기 딱 좋은 수상자 선정 기간에도 건강이 중요하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지하게 해주는 셈이다.
아인슈타인은 전쟁 기간동안 전혀 건강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이후로 계속 회자되는) 스페인 독감이 1918년도에 유행해 총알 없이도 5천만명이 죽어가던 시기를 견뎌냈다. 살아있었다면 더 많은 업적을 이뤘을 과학자들이 전사해야 했다는 사실이 애석하다. 통신병이었던 J.R.R. 톨킨도 전쟁 통에서 살아남아 <반지의 제왕>은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부가설명: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제자였던 헨리 모즐리는 특성X선을 연구해 '모슬리의 법칙'을 발견하여 원자구조론에 기여하였고,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을 입증 및 발전시켜 원소주기율표를 완성했지만, <아인슈타인의 전쟁> 안에도 등장하듯 27세의 나이로 자원 입대해 갈리폴리 전투에서 전사하여 1916년 노벨 물리학상의 유력한 수상자였지만 받을 수 없었다.
1974년 이후에도 한 차례 사후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이 결정된 시점에 노벨위원회가 미처 사망 소식을 몰랐던, 랠프 스타인먼 교수는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
천재는 특별한 노력을 한다.
18개월마다 한번 오는 개기일식이지만, 특정한 지점에 한정해서 관측 가능여부를 생각하면 최대 370년에 한번 만날 수도 있는 희귀한 자연 현상이다. 물론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탓에 심리적 편향이 있기는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의 기술로 정확한 관측과 촬영을 위해서 에딩턴 일행이 한 노력을 보면, 최상의 안 이후에 늘 back-up이 있었다.
간혹 시약이 너무 비싸거나, 시료가 딱 1번 분석할 양밖에 없는 저절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실험의 과정은 익숙하다 해도 괜히 긴장이 된다. 시약을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합성할 방법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꼭 그렇게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늘 좋은 효능을 기대하고 만드는 물질들은 허탈한 결과로 돌아오는 일이 많다. 세포 레벨에서 효능을 보이면, 동물에서, 동물에서 효능을 보여도 독성을 넘어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약을 만드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수많은 실패의 누적이다. 오늘 하루의 노력이 과연 아인슈타인과 에딩턴의 '의식적인 노력'에 비견할 만한 할 때까지 정진해야 한다.
p. 428-429. 천문학자들은 '모든'것'을 고려하기 때문에 이런 정밀한 측정을 할 수 있었다. ... (중략) ...
p. 444-445
19세기의 왕립 천문학자 조지 에어리는 개기일식 때는 '가장 완벽한 훈련도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때부터 천문학자들은 세상이 끝날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관측과 과학에 주의를 계속 집중할 수 있도록, 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정해진 루틴과 규칙적인 의식 같은 것을 개발해왔다.
p485. 일식 원정은 독일-영국 연대의 상징이 되었다. 에딩턴이 심혈을 기율여 그렇게 만들기로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 것은 우연도 아니요, 요행도 아니다. 이것은 과학이 전쟁이라는 깊은 수렁을 건넌 위대한 순간이었다. 어떤 과학자들이 그렇게 되게 했기 때문이다.
p. 476
런던 <타임스> '과학의 혁명, 과학 계에서 가능한 최대의 관심거리가 나타났다'
... 이 기사는 다이슨과 에딩턴이 거의 1년 동안 공들인 언론 관리의 정점이었다. 그동안 그들은 바로 이 순간의 과학 드라마를 위해 여러 신문과 그 독자들을 준비시켰다.
필요하다면 변할 수 있어야 천재다.
P494
그 때는 (에딩턴의 대중강연) '문학적 특성과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유머로 가득해'서 청중들은 '숨도 못 췰 정도' 였다고 했다. 앨리스와 이상한 나라의 동식물도 종종 등장했고 걸리보, 험프티 덤프티, 재버워크까지 나왔다. 게다가 셰익스피어, 밀트, 초서 같은 더 고상한 문헌을 위한 자리까지 남겨뒀다.
이 즈음을 읽으면 에딩턴의 고군분투가 마구 느껴진다.
에딩턴에 대한 묘사가 다소 낯설다. 유려한 강연을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을 에딩턴이지만, 유머까지 가득한 강연이 가능한 사람이었다니 조금 속은 기분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도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이 어울리던 사람은 아니였지만 누구보다 월드스타에 가까운 과학자였다. 스스로를 '원칙 없는 기회주의자'라고도 표현하기도 했고.
때로는 필요하다면 그들은 목표를 위해서 잠시 다른 모습으로 변할 각오도 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전쟁'에는 이런 부분도 포함이었을지 모른다.
마무리하며...
스스로 물리는 포기한 과목으로 생각하고 이공계에 진학한 지라, 정말 쉽지 않은 책이었다.
한편으로 재미가 없으면 덮으면 그만인데, 어떻게 상대성이론이 대중에게까지 알려지고 아인슈타인이 일약 스타이자 천재 과학자가 되었는가를 끊임 없이 궁금하게 만들었다. 책 읽으며 끄적여 놓은 것들, 씽크온 멤버들과 줌 토론 했던 내용들만으로도 서평을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부터 써보고 대략 훑어보고 난 뒤에 듬성듬성 읽었던 부분은 나중에 재독의 몫으로 남길까 하는 고민을 하던 날, 누군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귀가 간질간질했다. 만약 책 속의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면 그건 분명 에딩턴 쪽일거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장을 읽기 시작했고, 건너뛰었던 부분들은 왜 처음에는 재미가 없었는지 모르게 형광펜 밑줄이 쫙쫙 그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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