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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블루드림스], 항정신성 약을 삼키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F 책책책 2020. 12. 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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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 드림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저자 로렌 슬레이터 신간!35년간 정신과 약을 먹어온 한 심리학자의 고백!“약은 발견이 아니라 재발견될 것이다”환자이며 심리학자인 그녀가 들려주는 약에 대한

    www.yes24.com

     

     

     

    고질적인 비염으로 참고 참다가 이비인후과 약을 처방 받으러 간다. 

    꽃가루 날리는 철과 연말 즈음 1년 2번은 코 안 점막이 헐고 콧볼이 까끌까끌하게 각질이 벗겨져 조금 따가울 지경이 된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점점 약 처방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생각하며 약을 받으러 가지만, 의사 선생님이 '매번 이 즈음 오시네요' 라고 하는 순간 어렴풋이 약을 더 먹었을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코가 헐 때까지 버티지 말고 약을 미리 먹는게 좋았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모든 약이 증상이 느껴질 때 바로 먹는 것이 좋을까? 

    특히, 신경정신과 약은 복용 이전에 '절대적으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로렌 슬레이터*의 신간 <블루드림스>가 현재 건강한 당신에게 주는 강력한 메세지다. 

     

    *

    더보기

    * 저자의 다른 책으로<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심리 동화 <루비 레드>가 있다.

     <블루드림스>는 환자의 입장에 더 기울어서 쓴 책이라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심리학자로 심리 실험들을 알려주는 저자를 만날 수 있다.

     <루비 레드>는 심리적으로 고통 받던 저자의 머리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환상 속 이야기 같은 느낌이다. 

     

     

    환자: 안개 같은 뿌연 마음의 병
    이 안개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해도 생각보다 뾰족한 수는 없다. 그저 뿌연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예전보다 문턱이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신경정신과는 환자가 가기 부담스러운 곳이다. 돌이켜보면 한번쯤은 그냥 내려놓고 싶기도 하고, 우울감으로 잠이 오지 않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라고 스스로 우기고 있지만, 성인이라면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을 한번 이상 경험은 해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도 우울한 기분은 맛있는 거 먹고나면, 친구들이랑 신나게 한잔 하면, 여행을 다녀오면, 무언가 일상에 잠시 다른 일이 스치기만 해도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기는 한다.  

     

    하지만 우울감이 며칠간 혹은 몇 개월이나 지속된다면 우울증이거나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느껴진다.  자신감, 더 심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시작할 테고 예민해진 기분과 상태는 계속 악순환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만약 큰 맘 먹고 병원에 찾아갔는데 아무 것도 아니라고 별 거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싶기도 하다. 조금 쉬면 나아질 것 같고, 어떤 날은 조금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마음 먹었다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 이야기에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다. 웃긴 영상도 재미난 이야기도 찾아보고, 거꾸로 마구 화내주는 이야기도 들어보다가 하루가 끝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조금의 안도감을 느낀다. 세수를 하는데 거울이 보기가 싫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이마의 뾰루지는 도드라지게 보여서 거슬린다. 

     

    잠이 오지 않았고 정작 다음날 일어나서 또 하루를 살아내기가 못할 것도 없지만 너무 버거운 그런 시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명확한 진단을 받아본 적은 없었고, 그나마 '우울증'에 가까워 본 시기에 저런 여러 날들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정신과 약까지 필요하지는 않았다고 판단되지만, 어느 시기보다 뜻대로 되는 것이 없었던 때였다. 전혀 내가 나답지 못했던, 안개가 자욱한 시기였다. 매우 건강하다고 여겼던 몸에는 우울증 대신 예상도 못한 다른 병으로 나타났고 난생처음 입원, 수술을 한번에 경험해야했다. 

     마음이 아프면 꼭 마음이 아니라도 신체의 다른 곳에서 표출되는 게 분명하다. 일상적인 생활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는 필요하다. 

     

     

    의학: 불완전 개척지대
    생명에 대한 많은 부분은 전문가들에게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임을 인지해야 한다. 

     

    35년간 여러 약을 복용한 저자는 약의 부작용으로 힘들었음에도 약이 꼭 '필요'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약들의 반응이 다른지, 비슷한 증상에 대해서 누군가는 치료되지만 누군가는 부작용만 겪는지 설명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현대의학과 의사들은 다 알거라는 믿음으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가지만, 병의 진단 기준조차 객관적인 지표없이 모호하다. 대부분의 우울증은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 복용약이 없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약으로 치료하려다 부작용으로 다른 질환을 얻기도 하고 점점 뇌가 취약해지게 된다. 

     잠시 정신의학이 언제부터 전통 의학에서 분화되어 별개의 분야로서 연구가 되었는가를 생각해보자. 1930년대에 정신분석의 이론이 수용되면서 부터 마음과 두뇌를 이원적으로 구분했다. 전두엽 절제술이라는 무시무시한 치료법이 처음 시행된 것도 1935년으로 100년이 채 안되었다. 많은 항정신병 약물,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이 <블루드림스>에서 나타나듯이 1950년대 부터 등장하면서 정신의학 분야에 학문적으로나 임상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의 시기를 거치면서 전지구적으로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수 및 의학 분야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졌을 것이다. FDA(미국식품의약국)도 식품과 약품에 대한 소비자보호원과 같은 역할을 했고, 현재와 같은 수준의 관리감독 및 승인 등의 종합적인 기구로 커진 것은 겨우 1930년이다. 또한, 독일에서 1957년 '탈리도마이드'의 약화 사고로 전 세계 46개국에서 기형아가 1만명 이상 태어난 일은 의약품 사고 중 가장 크게 일어난 일이었다. 이렇게 약품의 안전에 대한 조치가 부족했던 시기에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약들도 같이 쏟아져 나왔으니,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실질적으로 모두 임상실험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 

     엄밀히 정신과 질환만이 아닌, 현대의학이 '뇌'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기에 항정신성 약물의 부작용들은 감내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뇌심부자극술에서도 뇌의 특정 부분이 증상을 제어해줄 거라는 확신이 아니라 전극이 가장 잘 맞는 자리여서 시도해본 거란 이야기는 과연 전두엽 절제술에서 얼마나 멀어졌는가 의심이 든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그것이 자율 주행차여도 타기 겁나는데 두개골에 구멍을 내서 머리 속에 설치한다니 설명만 들으면 치료 방법보다 중범죄자들에게 주는 처벌 같이 들린다. 정말 다른 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시도하는 최후의 치료책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눈부신 현대과학이 가장 모르는 것이 우리의 뇌와 감정의 메커니즘이라면, 최소한 대중들에게 항정신성 약의 위험성도 충분히 고지되어야 한다. 

     

    참고) 생물정신의학 (2001) Vol. 8. No. 1, 박종한, 김남수  "정신의학, 이대로 좋은가?-신경과학 시대에서 정신의학의 영역 확대 방안"  

     

     

    제약사: '모' 아니면 '도'일 상품
    환자만 생각할 수가 없긴 하다. 비지니스니까. 

     

     

     

     

    제약사들에게 약은 상품이다.

    매우 당연한 말이라서 놀랍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약 회사는 철저히 그들의 상품이 성공할 확률을 계산한다. 또,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 계산은 필요하다. 신약 개발이란 과정은 어떤 종류의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더라도 결국 '사람'에게 사용하기 때문에 10년 걸린다해도 이상치 않다. 개발단계는 매우 길지만 그 비용 또한 어마어마하다. 그렇기 때문에 '빅 파마'라는 표현이 존재한다. 큰 비용을 감당하고도 버틸 수 있어야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신약 개발단계를 모두 이행할 수 있는 기업은 몇 곳이 안된다. 10년이 걸리더라도 시장성이 높은 약을 개발에 성공한다면 인류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돈을 계속 벌어다 줄 것이다. 빅 파마에게도 신약개발은 로또 같은 것이다. 대신, 자본력으로 개발 가능성을 아주 많이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실패의 확률은 비교적 높다. (임상에 진입한 약물이 승인나기까지 확률은 10%선이다. )

     

     사람들은 제약 회사들이 향정신성 약물 (Psychotropic drugs)을 새로 개발 하고 있을 거고, 동시에 의학계에서 정신 질환의 원인을 탐구하고 있을 거라고 여긴다. 실제로 그럴 것이다. 환자들이 절실하게 기대하는 것과 같이 '열렬히' 이루어지는 중은 아닌 것 뿐이다. 

     

     현재 새로운 약물이 개발될 때, FDA로 대표되는 (한국, 식약처) 관리 기구들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임상실험을 거쳐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 받고 승인을 받는다. 이런 승인의 각 과정은 점차 복잡하고 깐깐해지고 있다. 2020년의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와 같이 빠르게 승인을 경우가 아주 특수한 상황이란 뜻이다. 역사적인 사례처럼 이미 시판된 약에서 대규모의 사고가 나는 경우는 이제 일어나기 어렵다. 임상은 최대 4상까지 진행되는데 약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1상에서 건강한 사람들에게 투약하여 부작용이나 독성을 검토한다. 그 이후 2,3상에서 환자군에게 투약하여 효능을 확인한다. 따라서 심각하거나 회복불가능한 독성을 보이면 바로 개발이 중지된다.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지만, 안전한 약물을 만들려다 보니 기존의 약보다 효능은 기대만큼 좋지 않은 경우도 생긴다. 

     

     앞서 말했듯이,약은 철저히 시장성을 고려하며 개발된다. 따라서 안전성이 높아도 효능이 기존 약물보다 좋지 않다면??

    제약회사로서는 약이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용한 개발 비용 이상은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약의 생산비용이 기존보다 낮다든지, 또 다른 약과 병용투여 시 효과가 있는지, 또 다른 질환의 약으로 사용가능한지 등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직전에 읽었던 <아인슈타인의 전쟁>은 과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면,

    <블루드림스>는 제약 비지니스와 환자들 사이의 간극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계형 과학자로 제약산업의 가장 말단에서 작은 바퀴를 돌리는 중이라, 저자가 환자의 입장에 편향되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듯이 나 또한 일하는 분야에 다소 편중되어 이야기했다. 결코 환자가 제약 비지니스를 이해해야한다는 의미로 기술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뇌 안에 일어나는 일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약이 당신의 손 안에 오기까지 이런 일들도 같이 일어나기에 이런 일도 있다는 걸 알면 다각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자구책: 어렵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

     

    (p. 196) 약물과 신경전달물질의 이야기에는 항상 "그런데"가 등장한다. 

    ... 실제로 이 책은 수많은 "그런데"로 서술되어 있다. 

     

     씽크ON 7기의 마지막 책인 <블루드림스>는 줌 토론 리딩을 맡은 책이기도 했다. 책의 내용이 신선하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게 적혀 있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지만, 토론하기에 민감한 부분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 발제문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우울했던 시기도 돌아보고, 힘든 상황을 겪었던 지인들과 대화도 기억이 났다. 공감만으로 들어주고 싶지만, 충실히 듣는다 해도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자도 청자도 벽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을 때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했다. 하지만 세상 만물을 다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겪어 보지 않은 상황을 조금이나마 고민하고 생각의 넓이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느꼈다.  

     

     마음의 병이 환자에게 '극복하세요' 라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것인지 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경솔한 충고를 할 생각은 없다. 그저 약을 바로 털어 넣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체도 모르고 입에 넣는 약들은 만병통치약보다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소중한 것을 앗아가는 악마와의 계약에 더 가깝다. 

     

    마음이 아픔에 대해 메타인지 높이기, 

    '나의 진짜 세계'  쌓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이 말을 이해하려 할 수록 실천이 어렵다싶다. 

    나를 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심지어 마음이 아파도 얼마나 아픈지 알기가 힘들다. 

    누군가 마음이 아플 때 잠깐 지나가는 우울감인지,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약의 부작용이 무엇인지 알고도 증상완화의 효과가 더 커서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인지 정확히 자가 진단이 가능했다면, 신경정신과 약의 부작용은 문제가 되니 않았을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열심히 치열하게 삶을 꾸려나가던 사람들이 더 우울에 빠지기 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력 때문에 스스로 우울증 내지는 정신과 질환을 겪을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요인이 없는데도 마음이 아팠던 사람들은 나에 대한 믿음이 있고 혼자 극복하려고 아픔을 인정하지 못하는 단계를 오래 겪으면서 더 많이 아파하는 것처럼 보였었다. 

    결국, '마음의 아픔'에 대한 메타인지도 높여 나가야 겠다고 생각한다.  

     

     2020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많이 갈릴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많은 연결고리들이 단절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나 & 가족'을 시작으로 대인관계를 바라보고 "진짜 관계"로 채워가려고 한다. 지금까지 맺어온 관계들이 진짜였는지. 서로를 아끼고 진정 응원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아니면 같이 불평 불만이나 나누고 술을 한 잔 기울이면서 남 험담과 세상을 저주하며 하루를 끝내지는 않았는지... 

     우리는 동시대에 살고 있지만, 같은 세계를 살고 있지는 않다. 당신의 세계에 들어올 사람을 신중하게 다시 고민해서 혹시나 또다시 나에게도 마음의 병이 찾아왔을 때 같이 나에게 공감해주고 지탱해줄 수 있는 진짜 관계로 세계를 만들고 싶다. 

     

    마무리하며... 

    소설이 아니지만, 스포일러하는 기분이 들어서 <블루드림스>는 최대한 인용을 아껴서 했다. 아주 아끼고 아껴둔 구절 하나만 꺼내는 것으로 너무 길어진 글을 마무리한다. 

     

    (p. 229) 모든 정신과 약은 임상 시험에서 속임약을 능가해야 FDA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프로작은 6~8주에 걸친 이중맹검*** 실험에서 속임약보다 뛰어난 효과를 내야 했다. 그러나 일라이 릴리가 발표한 연구를 봐도 프로작과 초기 항우울제의 차이는 크지 않았고, 참가자 3분의 2는 속임약으로 똑같거나 더 나은 효과를 경험했다. 

     

    ***Double blind, 누가 위약을 먹고 누가 진짜 약을 먹는지 환자만 모르는게 아니라 연구자도 모르게 시험하는 방법, 편향을 막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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