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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의학의 대가들] 의학의 야심
    F3 책책책 2024. 3. 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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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운 기술의 가진- 불완전한 사람의 단면들
     
     
    의학의 대가들은 헤파이스토스가 떠오르는 책이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능력도 출중한 다른 주신들과 달리,  못 생겼고, 불구의 몸이라고 묘사되었던 신 ㅡ 그러나 의술을 비롯한 여러 기술에 능하여 칭송받던 신
    지금 생각하는 의사보다 의학의 대가들에서 만나는 이들은 헤파이스토스에 더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 까지 노력을 기울여서 난제를 해결해 냈을까- 정말 의학에 미친 사람들을 생생히 보는 기분이었다. 경이로움에 박수를 보내다가도, 너무 사람이기에 생기는 여러 가지 감정에 따르는 비합리적인 행동들에서 의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발표에 주목을 해주지 않음에 분개하기도 하고,
    동료 탓을 하기도 하고, 단독으로 생산 계약을 맺기도 한다던가, 연구와 결혼 중 어느 쪽이 더 만족스러웠을지가 궁금하게 유명인사와 결혼한다던가 하는 등등 ㅡ 불완전하고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전한 신보다 사람들처럼 질투하고 싸우고 분노하는 여러 감정을 보여준 그리스로마신화 속의 헤파이스토스가 떠오르는 지도 모른다.
     
     
     
    진보와 후퇴
     
    의학이 아닌 개인마다의 행적을 따라가며 읽으면 행복해 보이기보다 꽤 엉망진창인 시간이 더 길다. 이 사람들을 움직인 원동력이 뭘까.
     
    "그루엔트지히는 '혈관 내 풍선'이라는 개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취리히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에서 수년간 아내 마키엘라, 조수 마이라 슐룸프와 함께 여러가지 방식으로 카테터 끝부분에 풍선을 붙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 = 1장 중 풍선혈관성형술의 개발 과정 중...
     
    "~ 그는 배지를 여과해보고, pH를 바꿔보고, 에테르 등의 다양한 용매와 혼합해보았다. 특히 마지막 방법은 에테르에 용해되지 않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정제작업은 1939년에 시작해 1940년까지 계속 되었다. "=3장 세균성 감염
     
    실험 과정에서 아주 짧게 요약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변경해가며' 란 내용을  마주칠 때마다 늘 극단적으로 요약되는 과정이라 괜히 씁쓸했다. 많은 연구자가 서로의 경험을 더 나누기만 해도 점차 나아가기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적인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러나 시공간 제약, 수단 등의 현실적인 제약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여도 전인류적인 공통체로 하나 되어 소통하기는 여전히 힘든 것 같다. 그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춘 의견이지만, 특히 이런 기나긴 '과정'이란 '태도'만큼이나 누군가에게 전달하기가 힘든 속성을 띄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예상 못한 혁신이 일어나기도 거꾸로 후퇴하기도 하는 것은 아닐지... 그 더딘 진보와 후퇴를 맞이하더라도 결국은 점차 나아지게 만들어 왔음을 느껴본다.
     
     
     
     
    이 책이 갖는 의미
     
     
    읽다 보니 이 책의 소재에 관심이 없어 읽기 힘드셨던 분들도 있으신 것 같다.  관심이 없다면 당연한 일이다. 모두 병원에 갈 일이 생기는 몸체가 하나 뿐인 사람이니, 잡은 김에 한번 끝까지 읽고 판단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7가지 주제에 대해 정말 이해하기 좋게 스토리텔링된 의학에 대한 양서라고 느꼈다. 몇번을 들어도 헷갈렸던 제1, 제2  당뇨를 확실히 구분하게 된 것만으로도 괜찮은 책이었다.
     
    얼마전 회자가 되었던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대화를 덧붙이고 싶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과학의 가장 복잡한 분야가 생물학 바로 인간 생물학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명과학의 발전은 아주 간간이 있어 왔죠. 제가 다시 전공을 선택한다면 생명 과학과 생명 공학을 바꾸는 기술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인 엔비디아의 대표가 모두가 프로그래머가 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할까?
     
     
    솔직하게 가장 충격받았던 문장은 서문에 있었다.
    "오늘날 태어난 사람은 대부분 23세기가 시작될 때까지 살아갈 것이다. "
     
    음?!!!! 23세기요??
    순간적으로 '세기'란 단위를 잘못 알고 있었나 생각했다. 백세 시대라고 생각했고 더 건강히 살아야 한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무려 23세기란 표현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성서에 나오는 노아, 아브라함과 같은 나이 아닌가?  아직 백세시대에 대해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를 노령층에 너무 쉽게 포함 시키는 분들도 많은 것이 현실인데, 저자의 23세기 표현에 정말 충격 받았다.
     
    이제 의학의 야심이 그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그에 맞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간간이 이루어져 온 생명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우리 미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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