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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겸손의 힘] 그릇만큼 '겸손' 담기
    1F 책책책 2024. 6. 17.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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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겸손을 오해해왔다.
     
    씽큐 16기의 문을 열어준 '겸손의 힘'은 아주 여러 번 곱씹어야 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주로 내용이 깊고 무거운 또는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거나, 양적으로 벽돌 책이어서가 아니었다. 특별히 두꺼운 책도 아니었고 소재 측면에서 비슷하게 느껴지는 <최악을 극복하는 힘>과 비교해도 양은 무난했다. 엄청 어렵게 쓰여있지도 않았지만, 결코 책장이 쉬이 넘겨지는 책은 아니었다. 책을 덮고서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한참 고민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하게 책을 느낀 이들이 있다면, 여태껏 머리 속에 있던 '겸손'의 의미를 바꿔야 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뽐내는 성격도 아니지만, '겸손'이란 단어는 실력을 갖추지 못한 이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미덕처럼 여겨왔다. 다소 극단적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그려보자면, 무릇 뛰어난 사람들은 겸손함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과 경험치를 공유해야 하고 반대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실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겸손하기보다 더 경쟁적으로 자기표현을 해야 한다고 여겼다. 왜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왔는지는 과거의 사고 방향을 샅샅이 돌아봐야 알 수 있을 테지만, <겸손의 힘>을 읽으면서 2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겸손을 오해했던 이유
    1) '겸손한 야심'의 존재
     
    스스로 엄청 도덕적이고 좋은 사람이라 평하지는 않지만, 간혹 그 기준 만은 높게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는 한다. 그런 이상적인 도덕적 잣대 때문에 더 난 사람들일수록 '겸손'해야 한다고 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겸손한지 아닌지 확인할 길도 없었을뿐더러 미디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는 그 반대인 듯한 장면을 발견하기가 더 쉽다. 그래서 개인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겸손'은 사실 존재할 확률이 거의 없어 보였다.
     
    책 속에서 척 피니와 같이 '겸손한 야심'을 실천하는 사람이 현실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책을 읽기를 잘 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세계 신기록이 한 번 깨어지면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벽을 넘어 또 새로운 기록이 나온다고 했던 것처럼 겸손한 사람의 실사례를 접함으로써 '겸손'에 대한 폭이 넓어짐을 느꼈다. 또한, 성장형 사고방식, 성실성, 능력 등의 장점을 한곳으로 묶어 시너지를 나게 할 수 있는 것이 '섬김'의 태도이자 '겸손'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련 1부 3장)
     
     
    2) 안녕감과 안정감에서 비롯되는 겸손
     
    흔히 '조건적 자기수용' (p. 146)을 말할 때 SNS에서 편집된 다른 사람들을 삶의 단편을 보고 부러워한다던가, 거꾸로 그런 모습을 골라 보여주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언급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어느 쪽이었는가 하면, 다행히 자신의 가치가 다른 사람의 '좋아요' 같은 평가에 맡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좋은 집, 좋은 차, 비싼 사치품, 핫플레이스에서의 화려한 사진 등 흔히 물질주의의 산물에 부럽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주로 열심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러닝을 하고, 공부를 하고 독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부러워하고는 했다. 목표와 퓨처 셀프에 관련된 주제로 관심을 가지는 건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이상한 일이 아니긴 하다. 그렇지만, 어느 지점부터 자기 계발에 대한 것이라 해도 질투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좀 치졸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더욱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자존감'의 유행에 대해 언급된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분명 처음에는 다짐한 목표의 성공률 올리기 위해 '인증' 하는 방식을 선택했지만, 스스로의 안녕감이 부족하니까 습관이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완전히 기울어 버리지 않을지 계속 진실하게 열심히 하고 싶은 건지 헷갈리고 겁나기도 순간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타인의 인정 외에도, 비판적인 자아*의 인정을 갈구하다가 자기비하로 곧잘 빠졌던 것 같다. 이 자체로 괜찮다는 안정감과 안녕감을 가지고,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받아들여야 온전해질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전제를 <겸손의 힘>을 통해 되새김으로써 겸손과 함께 보다 '어른다움'에 한걸음 가까워진다.
    *비판적인 자아: 실제 부모님과도 전혀 다르지만, 내 '머리속 부모'의 이미지를 가진 자아가 살고 있구나 느꼈던 <아직도 머릿속에는 부모가 산다> 서평
     
    또한, 머리로만 알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부분이 '방어기제'였다.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피드백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방어기제가 작동할 수 있다. 사냥하고 살았던 시대부터 안전을 위해 있던 장치이니 그건 그러려니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반응 때때로는 발작 버튼까지 눌러버린 듯했다. 게다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반응하는 편도 아닌데, 괜히 얕잡아 보지는 않을까 신경 쓰고 예민해졌던 순간들이 숱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겸손'을 통해 배우는 것은 타인이 어떻게 말한다 해서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현실적으로는 바로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바로 반응하기보다 큰 숨을 한 번 쉬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는 내가 되어보려 한다. 언제나 상대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 방어기제가 작용했다고 스스로에게 날 세우지 말기, 자기 비하에 빠지는 악순환 끊기, 자기 비하 대신 자기 자비(self-compassion)*으로 나아가기, 타인을 피드백에 감사하고 감사한 일에는 진심으로 칭찬하기 ㅡ 이것들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실천해 보려는 항목들이다.
    *자기자비: 자기를 비난하는 대신 너그럽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태도
     
     
    한편으로 스스로의 노력이 눈에 보이게 만들려고 기록하고 인증하는데 꽤 집착했는지를 이어 읽은 <강인함의 힘>에서 또 다른 이유도 알게 되었다. 스터디언 채널에서 신영준 박사님께서 왜 <겸손의 힘>과 <강인함의 힘> 두 권을 세트라 하셨는지 납득이 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서평에 이어서 ^^)
     

     

     
     
    겸손은 지나치지 않음이다.
     
    지나치게 자신을 과시하지도 자기를 낮추어 비하하지도 않는 것.
    정말 어려운 말이다. 어려서는 평균대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몸의 균형 잡는 것만 어려운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된다는 건 '균형 잡기'에 가까운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용'이란 말도 많이 떠올랐다. 독서를 통해서 성장형 사고방식을 접하고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뒤에 좋은 변화를 많이 얻었다. 지금도 독서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한 가지씩 익혀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하지만 '메타인지'를 높이는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것이 어떤 지식을 알고 배우는 것 이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래도 또 한 권의 책으로 안녕감을 더 가득 채우고, 자신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하고 조절할 수 있는 어른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겸손의 그릇
     
    돈에 대해서 좋아하는 표현이 그 사람에게 맞는 '돈의 그릇'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릇'이 비단 물질만이 아닌 겸손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이 책을 시작하면서 겸손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크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가끔 어떤 면에서는 그 크기가 다소 작을 때도 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우리가 위축되어야 한다거나, 더 크고 강한 목소리에 움츠러들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보고 접하는 범위가 넓어지면 겸허함을 느끼게 된다. 내가 사소한 존재라는 것이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우리에게 실존적인 겸손의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p. 326)"
     
    구절을 곱씹어 보니,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물질이든 겸손이든 한 사람의 '그릇'을 타고난 것보다 더 키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이제는 과감하게 '그릇'에 맞게 담아봐야 할 것 같다. 현재 담을 수 있는 수준에 감사하고, 더 큰 그릇을 지닌 이들을 보면서 겸허해지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억지 부리지 않고 겸손을 실천해가자.
     
     
    덧붙여서...
    최근 어린이가 꽤나 어려운 질문을 하는 일이 생겼다.
    "우리는 왜 태어난 거야?"
    "응??"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힌 엄마의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아이는 왜 태어났는지 알아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듯한 말을 이어갔다. <소피의 세계>나 '아테네 학당'에 들어가기라도 한 기분에 얼떨떨했지만, 작은 아이도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구나 싶었다. 이번에는 답변할 기회를 놓쳤지만, 조금 더 괜찮은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엄마로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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